'신사는 추토라에 대한 우울한 기억이 온순하고 매력적인 킹 지미의 모든 장점보다 더 소중하지 않을까 은밀히 의심한다.
살아가면서 서서히 경험을 쌓고, 발을 헛디뎌 비틀거리고, 때로는 넘어지고, 실망을 대가로 배우면서, 우리가 보통 아름답고
선하고 고결한 것만이 아니라 억눌리고 완전하지 못하고 분노에 차 이를 갈며 싸우는 것, 풍습과 화의가 아니라 오점과 항의를
뜻하는 것도 사랑하는 걸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것은 대단한 교훈은 아니다.그러나 친애하는 독자여, 예술에서도 삶에서도 이것을 피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것을
위해서 어쨌든 개에게 한번쯤 물려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
- <맺는말과 교훈>이라는 소제목을 단 소설의 말미다.
'개'를 소재로 담는 것에 대한 저어하는 마음을 서두에 밝혔으나
이것은 온전한 개 소설이 아니다.
길들여지지 않는 성질에 대한,
벗어날 수 없는 혈통에 대한,
고귀한 삶은 질병과 죽음의 공포를 대가로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한... 소설이다.
자유에 대한 끊임없는 욕구와 함께 두려움을 어찌할 줄 모르는 폴리 잡종 개 -
추토라의 분방함과 함께 펼쳐지는 개와 인간과의 관계, 인간과 인간의 갈등이 능청스럽게 그려진다.
개에게 자신의 속내를 말하는 인간들, 그리고 그것에서 자유와 해소를 느끼는,
이제 개가 가족이 된 세상이다.
개의 본성이 어떻거나 오직 '충직'하게 훈련된 개만 살아남는다.
신사와 부인, 하녀까지 물어서 손에 상처를 남긴 성깔있는 개, 추토라는 멸종되었다.
개에게 성깔이나 개성은 명을 단축할 수 밖에 없지만, 그것 없는 개는 그냥 '개'다.
산도르 마라이의 <열정>을 읽고 그의 팬이 되었다.
이 책은 절판되어서 중고로 샀다. 택배비 절약 겸 여러권을 주문하니 한 권을 더 보내줬다.
덤도 줄줄 아는 중고상 이름은 - 주경야독이다. ㅎㅎ
역시 산도르 마라이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놀자, 책이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색기행 思索記行> 다치바나 다카시 (0) | 2019.04.08 |
---|---|
'독서의 신' 탕누어 (0) | 2019.04.08 |
<노동자의 이름으로> 이인휘 (0) | 2019.04.02 |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 ... 아프다 (0) | 2019.03.29 |
화가들은 왜 비너스를 눕혔을까 / 이충열 (0) | 2019.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