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타인의 슬픔

칠부능선 2019. 4. 19. 22:31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평론가 신형철의 산문집이다.

  머리글부터 만만찮다. 가능한 천천히, 찬찬히 읽으려 했다. 울컥울컥, 덜커덩거리며 걸리는 대목이 많다.

 

  * 배울 만한 가장 소중한 것이자 배우기 가장 어려운 것, 그것은 바로 타인의 슬픔이다.

  * 사랑은 무엇인가, '결여의 교환'이다.

  * 냉소주의는 위험하지만 냉소 자체는 성찰의 촉매가 되기도 한다.

  * " 영혼을 구제하고자 하는 자는 정치가 아니라 다른 일을 택해야 한다"  - 막스  베버  

  * 자신이 제공하려는 것에 비해 세상이 너무나 어리석고 비열해 보일지라도 이에 좌절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

    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다, <막스 베버의 소명으로의 정치>


   , 이래서 아들이 요즘 자주 아픈 건가, 정신과 육체 모두 강골이라고 믿었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헤밍웨이의 단편 <불빛 환한 곳>을 소개한다.

   중년의 사내는 홀로 카페를 정리하며 자신만의 특별한 주기도문을 외운다.

   

     허무에 계신 우리의 허무님, 당신의 이름으로 허무해지시고, 당신의 왕국이 허무하소서, 하늘에서 허무하셨던 것과 같이

     땅에서도 허무하소서, 우리에게 일용할 허무를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허무한 것을 허무하게 한 것과 같이 우리의 허무를

     허무하게 해주소서, 우리를 허무에 들지 말게 하시고, 다만 허무에서 구하소서,

     허무로 가득한 허무를 찬미하라. 허무가 그대와 함께 하리니.

 

  "허무 그리고 허무 그리고 허무" 이런 기분에 사로잡혀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행여 아직 없다 하더라도, 언제가 세월이 흘러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에 앉아 홀로 술잔을 기울이다가 우리는 문득 깨닫게 될지 모른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삶이, 언젠가

  내가 읽은 적 있는 삶이라는 것을.  

 

통쾌한 통찰이다.

1988년 서울에서 열린 국제펜클럽 세계대회때 일이다. 수전손택이 미국펜클럽 회장을 할 때, 구속 문인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통과시키고 한국의 진실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뜻을 전했는데....... 그 후 이야기는 부끄러워서 언급하지

않으련다. 한국의 '보수'는 시작된 적도 없다. '반민주' 세력이 있을 뿐.


 

 

   

   나는 거의 저항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건 온전한 독서의 자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언급한 책은 무궁무진하지만 그 중에 몇 권을 주문했다. 속도를 늦춰서 읽는 동안 그 책들이 왔다.

   박완서, 김민정, 수전 손택, 헤르타 뮐러, 막스 베버.... 이들에게 들을 말들을 생각하니 든든하고 설렌다.

 

   아, 황현산 선생님이 책을 줄 때는 메모지에 서명을 해서 그것을 테이프로 붙여서 주신단다. 당신의 '졸저'를 다 읽으면

   서명 쪽지를 떼어버리고 중고서점에 팔라는 배려라는 것이다.

   이 분도 책을 많이 버려(?)본 거다. 요즘은 나도 내 책을 줄 때 서명을 아예 하지 않는다. 가벼운 마음으로 버리라고.

   중고서점이 아닌 폐지수거함에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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