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시가 안 써지면 나는 시내버스를 탄다 / 이정록

칠부능선 2019. 2. 20. 22:48

 

 

  <현대수필> 봄호에 이정록 시인에게 산문 청탁을 했더니,

  지긋지긋하게 산문을 써서 지금 막 출판사에 넘겼다고 지금은 산문을 쓸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럼 시라도 써달라고 했다.

  시인에게 "그럼 시라도 써달라... " 이런 망언을 하고 말았다. 

  어쩼거나 봄호에 시와 산문을 받아서 사진과 함께 4 페이지를 채웠다.

 

 그 산문집을 오늘 종일 읽었다.

 책 날개에 시인이 어머니와 나란히 활짝 웃고 있다.

 

 '생에 첫 그림을 선물해주신 어머니, 이의순 화가님 고맙습니다'

 이렇게 시작하고 마지막 챕터에 어머니의 스케치북이 나온다.

 색연필과 크레파스 그림이 별책부록 같다. 그림을 오래 바라보니, 빙그레 웃음을 자아내는데... 페이소스가 따라붙는다.

 

 

  피식피식 웃으며 가슴이 뜨끈해진다.

  부족하고 맘에 안 드는 나를 스스로 쓰담쓰담하게 한다.

  망치는 망치인데 스폰지 뿅망치다.

 

  글이 안 써지면 나는...... 딴 짓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