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검은 눈 자작나무> 와 <유채꽃 여인숙>

칠부능선 2018. 12. 31. 19:42

 

 

 

조현석 시인, 등단 30년 만에 네 권째 나온 시집이다.

이런 과작도 좋다.

종이가 책으로 죽는 것이 최고 호사하는 것이라지만 넘의 시간 뺏는 건 또 어쩌고...

이런 겸손한 생각을 했을수도 있다.

 

함께 <The수필>을 만들며 만난 1년,

본받아야 할 덕목이 생긴 걸 보면 좋은 사람이다. 더불어 좋은 시인리리라.

'자코메티의 언어로' 부터 '세도나에 서다'까지 읽으며

나는 시라쿠사 못에서 자라고 있는 파피루스를 생각했다.

 

 

 

 

 

 

   이별의 고고학

    조현석

 

 

  되돌아오는 길은 어둠의 어디쯤에서 시작될까 한 방울

침으로 퍼져나간 초라한 풍문들아 몸이 마르고 무릎이

꺾일 즈음 등에 새긴 타투처럼 뚜렷한 이별의 상처들

 

  소나기 퍼부은 후 끈적거리는 습기로 달라붙는 이별,

천천히 번지는 황혼이 몸에 감기는 이별, 하나둘 돋은

별이 갑자기 차갑게 만져지는 이별, 급격하게 어두워진

하늘 위로 눈부시게 선명해진 네온사인의 이별

 

  저 어둠들은 모두 썩어버린 구운 달걀의 맛 이별을 맛

본 사람들은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지 어디

를 가도 어둠의 감옥뿐이라고 늘 어두운 지금이 이별하

기에 적절한 시간이라고

 

 

 

 

 

 

 

 

 

 

이수미 시인은 sdu출신이며, 시인회의 회원이다.

9년 전, 6개월짜리 시한부 선고를 받고 나서 작성한

버킷리스트에 '책을 읽다 죽는 것'이었다고 한다.

병마를 이겨내고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고 있는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찰진 입담과 구성진 언술, 동심을 놓지 않은 맑은 마음으로

오래오래 책과 함께 행복하길 빈다.

 

 

 

 

 

 

 

오메 오메

이수미

 

오메 오메 사람들아 내 야그 좀 들어보소

 

베트남 다낭으로 가족여행 갔었는디

놀이기구 타다가 대굴빡 뽀개져 가꼬

새캄댕이 의사한테 치료받고 한국 왔네

 

예쁘지도 않은 영감탱이 하도 벌벌 떨고

겁먹어서 잡아주다가 염라대왕 면전에서

빠구 당해서 시방 숨 쉬고 있당게

 

왜 하필 짝이 되어갔고 내 평생 웬수여

 

아 글고 말여

다낭 거그서도 내 말을 알아듣는 남정네가 있드랑게

 

그려서 물어봤제

내 사투리를 알아듣는 걸 봉께

 

거시기 그 짝도 배꼽 떨어진디가

쩌그 아랫녘인갑소 잉

 

아 글시 배꼽이 아랫녘에서 떨어어지지

윗녘에서 떨어질랍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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