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미래에서 온 편지 / 서숙

칠부능선 2019. 3. 23. 13:25

 

   봄 안부와 함께 책이 왔다. 서숙 작가의 여섯 번째 책이다.

   맹렬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활동도 하는...

   이목구비가 분명한 미인에 눈에 확 띄는 멋쟁이다.

 

  동시대를 살아온 그를 보면 그냥 미소가 지어진다. 

  작가의 모습처럼 어여쁘고 탄탄하게 잘 만든 책이다.

  엄청난 양의 책을 인용하고 있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역사의식도 있고 철학적 사유도 난만하다.

  오딜롱 르동의 몽환적인 그림이 글과 잘 어울린다. 

  '미래에서 온 편지'는 이상향이다. 박수보낸다.

 

 

  변화와 항여일 恒如一의 사이, 이터널 나워eternal now 와 미래지향 사이,

  독백과 대화 사이에서 헤매는 시간이 소중하다.

  자유로움이 주는 즐거움, 즐거움에 대해 생각하는 메타적 즐거움, 그것이 나의 글쓰기다.

  - 책 머리말 중에서

 

 

 

 

 

   조선의 여인들에게 자주 고름 남 끝동은 최고로 복 많은 여인을 상징했다. 자주 고름은 남편이 있는 여자의,  남 끝동은 아들이 있는

여자의 특권이었다. 그러니 남편이 있소, 아들이 있소 하는 그네들의 우월감이 그 옷매무새에 당연히 묻어날 것인데 그로써 여성은

자연스럽게 남성에 예속되었다. 쓰개치마를 우리나라의 여인들만 썼겠는가. 인도의 여인은 사리를 뒤집어썼으며,

중국의 여인은 전족을 하고, 일본의 기모노와 게다는 아예 여인들의 보폭을 제한한다.  서양도 마찬가지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여성을

결여체, 즉 미완성의 인간으로 정의 내린 탓었는지 사도 바울이 예배시간에 여자들에게 미사포를 씌웠다. 계율이라는 미명 아래

아랍의 여자들이 차도르를 걸치고 히잡을 썼다. 유럽은 코르셋으로 허리를 졸라맨 여성들에게 정조대를 채우고 모자를 씌웠다.

이 모든 것이 다 여성의 행동반경을 제한하려는 사회적 장치였다. 

- <개성시대 - 자아를 찾아> 중에서 

 

 

 각 챕터 끝에 있는 수필단상은 작가의 자유로운 수필론이다.

 매력적인 새길 말들이 많다.

 

'고여 있는 듯 흐르는 푸른 움직임,

그렇게 사소하면서도 그렇게 소중한 것,

상투적인 삶, 진부한 인생, 그를 내가 경배한다.

세상은 이렇게 아름답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