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헤이, 하고 네가 나를 부를 때> 이명지

칠부능선 2019. 3. 24. 21:23

 

 

 

 

 

 

 

  책 한권을 읽으면 그 사람이 보인다.

  이명지 작가는 우리 행사장에 가끔 와서 얼굴은 알고 있었지만 말을 걸지는 않았다.

  화려하고 멋진 모습, 언제나 강렬한 인상이었다.

 

  <내 아이의 부친상>이라는 작품을 읽으니 오래 전 이혼을 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더 열정적으로 살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솔직한 글에 혼자 가까워진 듯 여겨진다.

  충분히 우아하고 멋지게 잘 살았다.

  앞으로 맨발로 춤을 추고싶다고 했는데 응원하며 박수보낸다.  

 

 

 

  

  엄마 사용 설명서

 

  자녀들아! 어미를 사랑하거든 먼저 이 설명서를 읽어다오.

  여자의 일생을 크게 네 시기로 나눈다면 '소녀기, 숙녀기, 모후기, 자립기'라고 말하고 싶다.  (중략)

 

  첫째, '관계의 격'을 갖춰다오!

  아무리 가까운 부모자식지간이지만 함부로 대하지 말거라. 늙으면 자꾸만 초라해지는 마음이어서 조금만 버릇없이

  대해도 힘이 빠지니 자식도 나를 무시하는구나 싶어 서운하다. 한없이 옹졸해진다. 나이 들어 힘없는 어미일수록 더욱 깍듯이

  격을 갖추 대해 주거라.

 

  둘째, '이런 상황'을 알아다오!

  어미가 겪는 심적 육체적 변화들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위로가 된다.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고 아이처럼

 칭얼댈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경청'해 주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치료된다고 하지 안더냐? 어미가 이렇다는 걸

 알아만 주어도 반은 치유가 된다. 진심 어린 눈길이 명의의 손길만큼 중요하단다.

 

  셋째,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다오!

  젊었을 때 아무리 영민하고 지식인이었던 어미도 나이가 들면 어눌해지고 행동이 굼떠진다. 눈도 잘 안 보이고 귀도 덜 들리고

기억력이 쇠퇴해 사물의 분별이 느려진다. 자꾸 되묻고 깜빡깜빡 잊어서 워 하나 찾는데도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

 

  넷째, 어미도 여자임을 잊지 말아라!

  죽을때까지 어미도 여자라는 걸 잊지 말아다오 예쁜 옷도 필요하고, 립스틱도 필요하고, 남자친구도 필요하단다.

여자이기를 포기한 여자의 삶은 긴장감이 사라져 무기력하고 더 많은 병마와 고통에 사라잡힐 수 있다.

 '몸이 늙지 마음은 늙지 않는다'라는 말은 진리다.  ... ...

 

  다섯째, 떠나라, 자유를 주거라!

 자식들의 뒷바라지로 자신의 욕구를 희생해 온 어미들을 위해 이제 너희가 역할을 바꿔줄 차례다. 너희가 보호자가 되어줄 차례이다.

 어미가 당당하게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그래서 행복할수 있도록 너희가 진정 독립하거라. 스스로의 길을 찾아 어미 품에서 멋지게

떠나거라. 어미에게도 마지막 인생을 비로소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살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의 욕구를 일순위로 하며 살아볼

세월이 필요하다. 너희가 응원해다오.

 

  이 글을 읽으며, '그럼 엄마는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건데?'라고 할 자식이 혹 있다면 기억해다오.

어미라는 자리에 있어 주는 것으로 어미의 몫을 다하려 한다는 것을. 너희가 울고 싶을 때, 벼랑에 혼자선 듯 외로울 때, 언제든 달려와 얼굴 묻을 무릎과 말없이 등을 쓸어줄 어미 자리에 있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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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각한 어조인데 난 왜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는지.  작가가 귀여워졌다.

  애들이 날 사용하게 두지 않을 것 같으니 말이다.  이런 입찬 말을 하는 것도 내 고질병이다.

  혹시, 80세 넘으면 모르겠다.

  내 희망 나이가 75세에서 80으로 은근슬쩍 넘어간 걸 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