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시인의 죽음> 다이 호우잉

칠부능선 2018. 9. 26. 11:20

 

  <책 표지 릴레이> 5

 

 

 

사람아, 아 사람아 표지를 올리려고 했는데 못 찾았다.

내 책꽂이에『시인의 죽음』상, 하 『연인아, 연인아』만 조신히 서 있다.

 

다이허우잉, 그는 나의 우상이었다.

학문과 혁명, 우정과 사랑에 온몸을 던진다. 생각과 행동이 함께 나아가는 사람을 나는 우러른다.

오래전에 그를 기리는 수필을 몇 편 썼다.

 

혁명이나 민주화에 대한 내 첫 경험은 중학교 때다. 입학식을 했는데 대학생들의 데모 때문에 바로 휴교를 했다. 늦잠을 자도 되며 종일 뒹굴며 책을 읽을 수 있으니 그 때가 좋았다. 길지는 않았지만 그런 때가 종종 있어서 내 숨통을 열어주었다. 그 후 내 20대는 데모에 앞장서지는 않았지만, 최루탄 냄새 가득한 명동성당을 오르내리며 눈물 콧물 흘리며 지나왔다.

 

허우잉은 스승의 논문에 드러난 인도주의적 관점을 고발하라는 당의 요구에 주저 없이 "스승은 사랑하지만 진리를 더 사랑한다" 며 스승의 사상을 비판한 열성 공산당원이었다. 문화대혁명의 중심에 있던 그는 검은 시인으로 비판대상이던 원제를 조사하다가 사랑에 빠진다.

 이혼을 당한 여자가 아내를 잃은 남자와 사랑하는 것은 당원으로서 사상성을 의심받아야했던 시대, 15세 연상의 대 시인 원제와의 사랑은 당국은 물론 주변인들의 온갖 비난과 억측을 감수해야만했다. 이들의 사랑이 당국의 반대로 끝나게 되자 원제는 사랑의 결백을 증명한다며 죽음을 택한다.
허우잉은 원제를 만남으로 휴머니즘에 눈뜬다. 인간이 이념의 도구가 되는 것을 거부하며 당의 활동을 접고 괴한에게 살해되기까지 교육과 창작에 전념한다. 그는 작품에서 정치적 억압과 교조주의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들이 함께 읊던 소동파의 시 ‘다만 오래오래 살아, 천 리에 고운 달을 함께 봤으면’은 얼마나 서늘한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예감했던가.

다만 오래오래 함께 살며 세상의 구차함을 견뎌야 했다.
다만 오래오래 함께 살며 이념의 비루함을 이겨야 했다.
다만 ‘함께, 살아’라는 땅의 언어가 나를 위로한다.  

 

 

* 지금까지 5권이 모두 하늘나라로 이사한 작가들이다.  내친김에 계속~~

 현역 작가들은 앞으로 대표작을 쓸 것이기에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