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슬픈 열대> C.레비 스토로스

칠부능선 2018. 9. 20. 19:35

 

                                                            <책 표지 릴레이> 3

 

 

 

 슬픈 열대,

18년 전에 8쇄를 읽고, 2009년 레비 스트로스의 100세 사망 소식을 듣고 두번째 읽었다.

760쪽의 거구로 무기가 될만하나 잘 읽힌다.

 

‘나는 여행이란 것을 싫어하며, 또 탐험가들도 싫어한다’ 냉소적인 역설로 시작하는 여행기에는 이름조차 생소한, 가보지 못한 곳들의 생활과 풍습이 세세히 적혀있다.

그는 이질적인 것을 자신의 모습대로 모두 동질화해버리는 서구문명의 폭력성을 확인하고 그가 속한 사회에 분노하며 그로 인해 파괴된 열대에서 깊은 슬픔을 느낀다. 서구를 '문명'으로 비서구를 '야만'으로 구분하던 당시 서구인의 눈에 비친 원주민은 길들여져야 할 대상이었지만, 『슬픈 열대』이후 비로소 그들도 서구인들처럼 인격을 가진 존재로 인식되었다.

 

미지의 세계는 내 역마살을 들쑤셨다. 그 자극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 여행가방을 챙기게 했다. 훗날 인도에 갔을 때 그의 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상생활을 유지하는데 있어 물질적인 것은 아주 ‘조금’ 만으로 충분하다는 그곳의 부산한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의 생생한 눈빛에서, 또 낯선 사람에게 안식을 빌어주는 정중한 인사에서 영혼의 넉넉함을 공감했다.

그는 마지막 행로인 차웅(불교사원)에서 ‘세계는 인간 없이 시작되었고, 또 인간 없이 끝날 것이다’고 했지만 인류는 이어진다. 구조주의 인류학자로 예술을 즐기고 세계를 사랑한 거장, 한 세기를 온전히 살아낸 휴머니스트,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는 떠나고 또 새 생명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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