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에서

전주 1박

칠부능선 2017. 11. 18. 18:53

  

    9시 30분, 집결지인 우리집에서 출발;

   정안 휴게소를 잠시 들리고, 전주 도착해서 40년 정통이라는 성미당에서 비빔밥을 먹고,

   음료수에 가까운 달달한 모주는 맛만 보고. 깔끔한 밑반찬에 된장찌게, 첫 음식 성공이다.

   차를 몰아 한옥마을에 예약해 둔 숙소 금원당을 찾았다.

   금원당의 주인장은 고교 수학선생님 출신의 시인이다. 시집을 한 권씩 선물 받았는데 시가 편하고 울림이 있다.

   답례로 후배의 선집을 드렸더니 서로 이야기가 된다.

   가을이 깊은 한옥마을을 걷다. 경기전, 전동성당을 돌아 참한 찻집에서 차도 마시고...

 

 

 

 

 

 

 

 

 

 

 

 

 

 

 

 

 

 

 

 

 

 

 

 

 

 

 

 

 

 

 

 

 

 

 

 

 

 

 

 

 

 

 

 

 

 

 

 

 

 

 

 

 

 

 

 

 

 

 

 

 

 

 

'알쓸신잡'에서 그들이 갔던 막걸리골목을 택시 타고 갔다. 많은 집들이 헐렁하고 딱 그 '용진막걸리'집만 줄을 서 있다.

참 방송의 폭력이 아닌지... 우리 역시 그 집으로 갔는데 쥔장이 직접 서빙을 한다.

막걸리 두 주전자에 8만원짜리를 시켰는데... 안주가 정신없이 나온다. 빨리 먹고 나가라고 채근하는 듯한 분위기.

우리 하는 짓이 어설펐는지.. 쥔장이 보리굴비를 직접 발라줬다.

안주는 세 번 정도 나왔는데 다 못 먹고 가져가 버린다. 에고에고~~ 너무 시끄럽기도 하고... 정신이 없다. 

 

거리를 좀 걷다가 택시를 타고 찾아간 곳은 만국기가 펄럭이는 "7080 거리"다.

양반의 도시 전주에 이런 거리가 있다는 게 놀랍다.

입구에 <30세 미만 출입금지>라고 써 있다. 오래 전 대구에서 본 그 문구다.

그때는 그걸 보며 인생의 쓴맛을 좀 알아야 한다는 거야, 하고 해석했지만,

지금 30대 미만은 어리고 어리다. 어쨌거나 이 곳은 극장식 카페다. 대형 화면에서는 우리시대 노래가 나오고 있다.

 

이곳은 남자들이 많다.

공짜 안주가 우리 테이블을 채웠지만, 광란의 밤을 보내기엔 정신이 너무 맑다.

남자가 무섭지 않으니 이것도 문제다. 무섭긴 고사하고 더 가엾은 인간이 남자가 아닌가.

...

막걸리 + 맥주의 냄새가 풍겼겠지만, 조신모드로 한옥민박으로 돌아왔다. 편백나무 향에 뜨끈한 방바닥이 반갑다.

살짝 맛본 전주의 밤... 이것도 생각할수록 웃음나는 일이다. 모두 외로운가. 그런건가?

 

 

 

 

 

 

 

11시 퇴실이라서 살짝만 게으름을 피우고 나왔다.

전주천을 걸어서 70년 전통이라는 '오모가리' 로 아침을 먹고, 시레기나물을 바닥에 깐 빠가사리 조림이다.

생선 간이 슴슴하고 시레기가 맛나다.

간단한 맡반찬도 맛나고... 역시 전주의 맛이라며 밥 한공기를 거의 비웠다.

밥을 먹고 오니 주차된 차 옆을 주욱~~ 그어놨다. 이런 이런 양반고을에서 무슨 일인가.

정신적으로 문제있는 자의 소행이리라 생각되지만 찜찜하다.

재수없음, 이라고 하지 말고 금원당 쥔장 얼굴 한번 더 보는 기회라고 ... 웃기는 웃었지만, 참 실없는 유머. 칫!

 

전주남부시장 2층에 청년 창업단이 있다고 해서 구경갔다.

응원하는 의미에서 뭔가 팔아주고 싶었지만... 소소한 무역상에서 소소한 물건 하나, 손수건 두 장, 가벼운 목걸이 하나,

차를 마시고 두 바퀴 어슬렁거리면서도 참 소소하게 썼다. 

 

빡센 걸음이 없는 슬렁슬렁 나들이였다. 어느새 양반풍 걸음이 들어왔나. 맘이 단풍으로 그윽하다.

 

 

 

 

 

 

 

 

 

 

 

 

 

 

 

 

 

 

 

'낯선 길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천  (0) 2018.05.08
자드락길 - 제천 1박  (0) 2017.11.29
까보다로카  (0) 2017.10.29
리스본   (0) 2017.10.29
론다 - 세비아  (0) 2017.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