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소설의 매력

칠부능선 2009. 6. 16. 11:56

 

재미로 하는 학교에서

단편소설을 쓰는 과제가 있었다.

소설이란 박학다식하고 잡스러워야 한다고, 그리고 현장 취재를 많이 해야한다고 했던가.

무엇이든 읽는 건 즐겁지만 써야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무겁다.

그래, 장학금에 욕심내지 않으면 그만이지. 하고 마음을 비웠는데

토요일 저녁, 주말의 명화를 보고나니 2시가 다 되었다.

숙제를 안 하면 학교에 못 가는 줄 알았던 내 고지식함(?)이 문제다.

일단 썼다. 고개를 드니 밖이 훤해졌다.

 

우선 소설의 주인공은 익숙한 일인칭 화자로 <나>는 50세의 미혼이다.

공직생활을 했고 10년 전 명예 퇴직을 하고 연금으로 근근히 살아간다. 지금은 성가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늙고 병든 부모님 - 편협한 엄마와 고집불통 아버지를 모시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깔고,

내가 말하고 싶은 <황홀한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한다. 

도입부에서 나는 존속 살의를 느끼고 있는 딸이다.

나의 상처의 근원에는 아버지의 첫사랑에 대한 가혹한 기억이 있다.

마지막에는 기어이 아버지를 새벽 운동길에 교통사고로 죽인다.

 

주말에 쓰고 어제 퇴고를 했다.  81매, 그 엉성한 거짓말을 내고 보니 뒤통수가 당긴다.

 

그런데 소설이라는 것의 매력을 조금은 알겠다.

내 생각, 내 이야기를 하면서도 가공의 인물을 내세우니 자유롭다.

그 자유는 거침없이 상상의 세계를 내달릴 수 있으니.

위선도, 위악도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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