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어머니는 여전히 <여자>

칠부능선 2009. 6. 4. 08:33

 

어머니는 여전하시다.

일상이라는 것이 집안에서 지팡이 짚고 살살 걸어다니는 것,

화장실 혼자 가기.

식탁에 나와 식사하는 것,

챙겨놓은 간식 드시는 것, 정도다. 

인간이 참 간사한 것이

화장실도 못 갈 때를 생각하면 다 나은 건데.

이젠 스스로 씻지 못하는 것을 문제라 한다.

 

동서가 왔다.

머리를 자르고 싶다고 하셔서.

동서는 미용기술을 배워서 아이들 어릴때 직접 잘라주었었다.

병원에서부터 세번째다.

병중 생활 6개월이 넘고 보니 염색하던 머리가 은발이 되었다.

며칠 전부터 염색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갈색으로.

머리를 자른 후에 원하시는 염색을 해 드렸다.

자른 것도 맘에 들고 색깔도 맘에 꼭 드신단다.

그런데

저녁에 퇴근한 어머니의 아들이 야단이다.

염색은 눈에 나쁘고, 80 이 넘었으면 은발이 더 좋다며.

실은 파마까지도 하고싶은 눈친데, 지금이 멋지다며 말렸는데.

이 멋없는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몰라.

어머니가 아직도 <여자>를 놓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을.

그것이 희망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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