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속수무책

칠부능선 2008. 7. 24. 17:32

 

* 암의 희생자들은 자동차의 저속기어 같은 사람들,

  즉 좀처럼 감정을 분출하지 않아 고통받은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어릴때부터 부모와 격리감을 갖고 있다.  

  암은 은유로서도 내면의 야만성이었다.

  

                                                               - 수전 손택의 << 은유로서의 질병 >> 중에서

 

 

 

 

'화 내~ , 엄마한테 막 화 내~'

아들한테 가끔 하던 말이다.

서른 해 살면서 녀석이 화내는 꼴을 본 적이 없다.

부르르 화를 잘 내는 아빠,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덜렁 소리부터 지르는 엄마 앞에서 주눅이 들었나.

나는 이런 책을 읽기  전부터도 화는 참으면 병이 된다고 생각했다.

 

생전에 우리 엄마의 부처님같은 처사가 아무래도 미심쩍은 때가 많았다.

꼭 화를 내야하는 대목에서도 엄마는 늘 씨~익 헛웃음을 지으며 상대의 입장에 서 있었다.

무슨 사람이 그래, 그냥 사람다워야지. 불완전한...

엄마~ 정말로 화가 안나?  이렇게 물은 적이 많으니까.

돌아가실 때 조차도 남들 배려하느라 앓지도 못하고 가셨잖은가. 내참.

그러나 엄마는 암으로 세상을 뜨지는 않았다.

 

아들이 '점잖은' 것보다 그냥 '젊게' 살았음 좋겠다.

언젠가 어머니가 보고 온 사주에 '착함'이라고 달고 나왔다는 말도 싫다.

조금 영악하고 자유롭게

조금은 가볍고 즐겁게 살았음 좋겠다.

겸손을 알지만, 화를 내야 할 때는 단호하게 화낼 줄 알고.

 

에고......이러다 담주에 와서리 생일도 안 챙겨줬다고 화내는 건 아닌지 몰라. 

사실 아이들 생일날은 아이 낳느라 고생한 엄마를 챙겨줘야 한다고 세뇌시켜 놓긴 했다. 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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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 Martini - City Of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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