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에서

괴테를 따라서

칠부능선 2008. 5. 17. 22:01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노정숙

  

  괴테는 37살 생일날, 어릴 때부터 꿈꾸던 이탈리아를 향해 홀연히 떠난다.

  사람마다 영감이 통하는 도시가 있다. 고대 로마와 그리스의 예술이 기다리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괴테는 새로운 탐구를 시작한다. 이미 저명한 작가이자 공직자인 괴테는 여행하며 정치가나 시인보다는 조각가와 화가들과 교류하면서 다른 분야의 예술 지식을 늘리고, 때로는 익명의 자유를 만끽한다.

  거대한 박물관인 그 곳에는 영원 불멸할 미술품들이 매일매일 새롭게 나타나서 순수한 감격에 빠지게 한다. 자연과 미술품이 모사를 통해 기량과 안목을 높이는 확실한 눈의 훈련으로 자연과 하나가 된다. 관람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새로이 그림을 배우고 영감을 주는 풍경을 스케치한다. 체험을 통한 예술작품의 이해는 또 다른 문화 속으로 융해되어 자신만의 경지를 만든다.

  감탄하게 하는 풍경을 만나거나 그리움을 느낄 때마다 본국의 친구들에게 엽서를 쓴다. 손이 아닌 정신으로 쓰면서 눈이 아닌 영혼으로 읽어 주기를 바란다. 여행은 그리움을 알게 한다. 그리움을 아는 사람만이 남의 슬픔을 안다고 하지 않았는가.

 

  여행 중에 괴테는 자연과 인간사회, 예술관을 재정립한다. 싹이 트는 부분을 정확하게 발견하면서 ‘원형식물’이라는 개념을 발견한다.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존재할 수 있는 식물이 있게 되며 그것은 그림이나 문학작품에 나오는 환영이나 가상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 내적 진실과 필연성을 갖춘 존재라고 한다. 다소 황당한 이론이지만 괴테에게는 확고한 신념이다. 사물의 원형을 발견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성질을 확신하는 것이다.

  문학에 있어 필수인 상상력과 창의력을 과학에 대입시킨 것은 아닐까. 자연계에서도 신기하고 놀라운 착상이라고 한다. 늘 새로운 발상을 위해 안테나를 길게 뽑고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발견이다.

  이미 모든 것을 갖추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 이상의 진보가 없다. 괴테는 언제든 배울 수 있는 자세가 되어있는 열린 사람이다. 편안한 것이나 익숙한 것에 안주하지 않고, 어릴 적 꿈을 놓지 않는 용감한 사람이다. 용기 있고 열정적인 사람이기에 74세에 19세 소녀 우를리케 폰 레베초를 연모할 수 있지 않았을까.


  괴테가 살았던 북극의 사람들은 비바람 눈보라를 피해 일년이면 몇 달씩 집안에 틀어박혀 있어야 한다. 해마다 그런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들고 죽지 않기 위해 부지런한해야 한다.  피할 수 없는 자연이 경건한 북방 민족의 성격을 만든다.

  나폴리 사람들은 경작의 땅에서 생존을 위해 일하지 않고 향락을 위해 일한다. 일할 때조차도 노동 그 자체에서 기쁨을 찾으려 했다. 늘 지천으로 열려있는 과일과 채소가 내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자연의 크나큰 혜택이다. 항상 따뜻하며 하늘의 축복을 받아온 남방 민족은 부족한 상태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나폴리의 강한 태양 때문에 깊은 생각을 할 수 없을지라도, 그 곳 사람들의 낙천성을 배우며 괴테의 감성은 더욱 풍요로워졌을 것이다. 

 

  괴테가 보고자했던 ‘영원히 존속하는 로마’의 흔적은 여전했다. 박제된 유물과 예술품들은 새로운 나폴리 고대 박물관에서 빛은 잃었지만 지나간 영화를 대변하고 있다. 낙천적인 나폴리 사람들은 더 이상의 발전을 포기하고 조상의 덕에 업혀서 살고 있다.

  부단히 노력하고 탐구하는 괴테의 모습에서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게 마련이다’는 50년에 거쳐서 완성한 파우스트의 구절이 떠오른다. 인류의 역사에 버금가는 장엄한 한 인간의 역사를 본다. 인간의 노작(勞作)인 예술은 지고한 단계에 이른 자연과 다름없으며 예술은 자연의 반영이 아니라 자연 그 자체였던 것이다.

 

  괴테의 1년 9개월 동안의 흔적을 나는 보름동안 점만 찍고 다녔다. 베네치아와 피렌체, 로마는 그때의 감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로마는 10년 만에 가거나 5년 만에 가도 돌멩이 하나도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있는데, 서울은 5개월 만에 와도 낯설다는 가이드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고난이 가져다준 교훈에 따라 베네치아 사람들은 불리한 지역에서

자신들의 안전지대를 찾았다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곤도라를 타고 연주를 들었다.

 

 

 

 

비둘기와 사람이 반반인 베네치아 광장,

괴테는 이곳에서 한가로이 풍경 스케치를 했다는데...

 

 

 

 

가끔씩 걸음을 멈추고 서서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 최상의 것들을 생각할때

회상한다는 베네치아.

물 위에 떠있는 불가사의한 도시.

  

 

 

괴테가 스케치했던 콜롯세움.

 

 

 

 

로마의 거리 한모퉁이에 있는

철창에 갇힌 <진실의 입>에 손을 넣다.

 

 

 

 

피렌체 거리의 행위 예술가.

그 시절에 이 예술가가 있었다면 체험을 좋아하던 괴테를 자극했으리라.

 

  

 

 

 

 

괴테가 시스티나 성당을 보지 않고서는 한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앞, 그 당시는 없었을 '훼손된 지구상'.

 

 

 

괴테는 단테의 신곡에 대해 지옥편은 혐오감이 들고, 연옥편은 아리송하며,

천국편은 지루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시의 깊이와 크기를 이해할 수 없다는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고백과 함께.

피렌체 어느 골목에 있는 단테 하우스.

바로 옆에 단테와 베아트리체 기념관이 있다.

 

 

 

 

괴테가 토론의 장을 열었던 도시 중의 하나,

이제는 패션의 중심이 된 밀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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