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동네

합일의 세계, 자연이 웃는다 / 김정옥

칠부능선 2007. 10. 9. 21:55

 

 

 


                       합일의 세계,

                                    자연이 웃는다



 

  광교산 자락, 전원마을에 자리한 작업실 정원에는 그가 좋아하는 온갖 꽃들이 즐비하다. 홍자색 초롱꽃 수줍게 미소 머금고, 맨드라미 함박웃음이 해사하다. 수련이 있는 연못에는 유유자적 비단잉어의 향연이 한가롭다. 햇살을 머리에 이고, 고개 숙인 해바라기를 보면 안으로 안으로 옹골지게 익은 그의 겸손한 내면을 바라보는 듯 편안해진다.

  

  화병에 화려한 빛깔의 꽃을 한아름 꽂아두고 와인 잔 두 개를 준비했다. 의자는 비어있다. 어느새 꽃과 나무들,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이 그의 여유롭고 난만한 세계와 손잡고 서로 화답하며 어우러진다. 여기 초대 받은 이는 행복하다.

  남한산성의 소나무에 시선이 오래 머문다. 적당히 휘어지면서 둥치를 키운, 시간을 묵묵히 지켜낸 의연함과 넉넉함이 배어나온다. 미련없이 떨군 솔잎은 다음 生을 준비한다. 굵직한 터치에서 그의 대범함과 관조가 빛난다.

  단풍이 지친 숲을 ‘화려한 변신’이라니, 작가 김정옥의 속 깊은 긍정의 힘이 전해오는 대목이다.


  그의 화폭 속에서 꽃은 웃는다.

  강이 춤춘다.

  나무가 노래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시선이 머문다. 일찍이 공자는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좋아하다 보면 닮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주 한참 만에 본 김정옥은 화사한 꽃을 닮아있다.

  즐기기 위한 필수조건은 힘을 빼는 것이다. 있는 듯 없는 듯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지 않는 모습은 모곡리의 들녘이나 두물머리의 풍경처럼 잔잔하면서도 가슴 깊이 파고든다.

  김정옥은 기초 작업에 오랜 시간을 투자한 사람답게 자연의 깊이를 건져 올린다. 풍상을 견뎌낸 치열한 날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미 그 안에서 융해되고 화합하여 오로지 선함과 평온만을 드러낸다. 이보다 더한 즐김이 어디 있겠는가. 

  그의 눈길에 잡힌 소재는 언제나 자연의 생명 현상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자연에서 우주의 이치를 배우고 새기는 것은 지당한 일이다.

  작가 김정옥 - 그 任自然의 자세에는 사색과 겸허함이 내재되어 있다. 그의 큰 걸음에서 평온과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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