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동네

황진현의 '긍휼 인간학'

칠부능선 2008. 6. 22. 11:33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황진현 전을 보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올해 팔순을 맞는 작가의 젊고 싱싱한 예술 의욕에 기가 눌린다.

 

그의 그림 전반에 강렬한 색깔과 힘찬 필치로 역동성이 느껴진다.

깊고도 둔탁한 무게감에, 요동치는 열정을 감지하며 나는 속이 울렁거렸다.

풀지 못한 울분과 회한이 느껴진 것일까.

여린 붓을 버리고, 힘찬 나이프로 밀어내고 덧칠하고 긁어낸 흔적에서 그의 숨가쁜 삶의

시간들을 읽어내며 호흡이 빨라진다.

 

어시장과 노점상, 청과시장, 구두수선공에 머무는 그의 시선은 약자에게 보내는 박수로

상처받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랑이라고 푼다.

20여 년의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70여점의 작품을 보며,

윌리엄 모리스의 시 '사랑으로 충분하다'를 인용한 작품세계에 공감한다.

 

그는 나이 51세에 경제관료로의 안정된 삶을 버리고,

어린 시절 꿈인 화가로 새출발 해, 이모작 인생을 성공한 사람이다.

한국의 '달과 6펜스'라는 그는

꿈만 무성하고 행동이 따르지 못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부추긴다. 

 

그러나... 

치열하고 열정적인 예술가 뒤에 있는

그의 아내,

귀품스러운 한종렬 선생의 고뇌와 회의가 읽혀지는 건 쓸쓸한 일이다.  

 

 

 

 

 




Hugh Blumenfeld - All The Wood Of Leba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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