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쓴다.
그 열심이 치열하지 않고 꽁냥꽁냥 여유가 있다. 곁에서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듯, 아니 독백이 더 많다.
주변에 고양이와 개, 여린 것들에게 눈길을 주고 밥을 준다. 이웃 사람들에게도 상냥하고 친절하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읽은 책보다 읽지 않은 책들이 많이 등장한다. 반가운 시, 그림들도 풍성하다. 시간의 켜를 촘촘히 쪼개서 쓰는 이의 특징이다.
책이랑 잘 노는 내게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책 속의 다른 (저자의) 정체성과 결합하는 경험'이라는 키냐르의 말이 뜨끔하긴 하다. 하지만 요즘은 마냥 끄덕이게 하지 않는 글들이 많다. 내 정체성을 잃어버리 만한 책이 그립다.
'아코 이런! 내가 다 먹어버렸다. 그 많은 떡을!'
'아 참, 빼먹었다.'
이런 말들이 감정을 가볍게 전환시킨다. 난 슬몃 입꼬리가 올라간다.
꿈이 어쩌면 이리 선명할까.
언제든 꿈꾸고, 홀로 변신을 거듭하며, 홀로 넉넉하다.
나는 내 근황을 솔직하게, 필요 이상으로 친절 자세하게 이야기했을 테고 그녀가 말했다.
"나는 괜찮은데 다른 사람한테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잘난 척한다고 생각해요."
많이 놀랐다. 장난스레 한 말일 수도 있지만 나는 심각했다. 나름 조심했기 때문이었다. 존재 자체가 거북할 수도 있겠다 싶어 이사 오기 전부터 경계하고 있었기 때문. 이웃에게는 내가, 그동안 어떤 인생을 살았건, 한가하게 예술 타령이나 하는 사람으로 비치지 싶었다. (318쪽)
이 상황의 느낌을 충분히 이해한다.
이 난감함. 이걸 극복하든지 무시하든지 자신의 선택이다.
잠시 혼란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통하리라는 생각한다.
지어 먹은 마음은 오래가지 못하지만 그 사람 자체인 것, 진실인 것은 알게되리라는 믿음이 있다.
계속 자기답게 잘 놀기를.
잘 노는 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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