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을 쓴다는 건 어쩌면 무모한 일이기도 하다.'
일곱 번째 수필집을 낸 작가의 말 첫마디에서 성실한 면모를 읽는다.
' 조심스럽지만 두렵지는 않다. 내가 바라본 세상은 수줍은 어리광도 포근히 감싸주기 때문이다.' 맺는 말에서는 진정성이 전해진다.
수필은 나를 풀어놓고, 꾹꾹 눌러 발자국을 남기는 일이다. 내가 나를 통변하는 일은 다분히 무모하고 쑥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세상의 선의에 기댈수 있는 건, 잘 살아낸 사람만이 가질수 있는 복록이다.
반가운 지명과 책들을 만나고, 슬쩍 거느린 소소한 유머가 정겹다.
출간을 축하드리며, 박수올린다.
* 부부란 '무촌'이 아니라 '무덤덤'하고 '무관심'한 사이라 하는게 더 맞다는 생각이 든다. 은연중에 세상인심이 변하여 일심동체가 갖는 의미가 그렇게 바뀌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여간 아내가 행복하면 가정이 평화롭고 그러다 보면 내 삶이 행복해지는 건 불변의 진리인 것 같다.
오늘도 외출하면서 집안의 쓰레기 봉지를 죄다 들고 나가 분리수거를 하고서야 길을 나섰다 돌아오는 길에 시장 봐달라는 구매 목록이 카톡으로 몇 차례나 날아왔다.
"배우자의 실수를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아무렴 당신과 결혼한 실수에 비하겠습니까?" (86쪽)
* 노래 교실을 마치고 나오는데, 길에서 두어 살쯤 되어 보이는 백옥같이 뽀얀 어린아이와 마주쳤다. 내가 "안녕?" 했더니 생긋이 웃고는 고개를 까닥거리며 옹알거리듯 "안녕하세요" 그런다. 벌써 나에게도 가슴 설레는 '어떤 날'이 시작되고 있는 건가.(131쪽)
* 행복은 즐기는 자의 것이다.
그들에게는 이 순간만이 있다. 지난날의 후회나 내일에 대한 불안감 같은 건 들어설 틈이 없다. 오직 한 가지, 좋아하는 걸 선택하여 마음껏 즐기는 것이야말로 그들에게 주어진 특권이다. 그러기에 이곳 고척돔 구장은 자유로운 영혼들의 안식처다.
응원하다 목이 쉰 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167쪽)
* " 나를 죽일진대 종로 네거리에서 목을 베어,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내 피를 뿌려주는 것이 옳거들 어찌 새벽에 남몰래 죽이느냐?"
사형집행장에서 그가 죽기 진전에 한 말이다. 혁명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우리 민족의 독자적인 항일운동이고 훗날 민주주의의 뿌리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우리 역사에서 목숨 바쳐 민중의 힘을 보여준 자가 어디 그들 뿐이겠는가. 임진왜란 때의 승려와 의병들, 한국전쟁에 참전한 학도병들이 그랬다.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가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지사들이 수도 없이 많다. 외세의 침략으로 위태로울 때 나라를 구한 역사의 주인공은 언제나 민초들이다.
(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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