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세상의 시 / 고은

칠부능선 2024. 6. 10. 17:51

여전히 시가 터져나오고 있는 고은 시인의 새 시집이다.

관여 선생님이 발문을 쓰고, 보내주셨다. 내게 시를 많이 쓰라고 하신다. <창작산맥>에 발표한 시를 보고 격려해 주신다.

선생님은 오래 전 고은 시인께 고마운 일이 많다고 하신다.

나도 고은 시인을 여러번 만났다. 내 연식으로는 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세상의 시' 160편을 만나고 나니, 세상이 콩딱지만하기도 하고 우주같기도 하다.

제목도 없이 번호로 매겨진 '세상의 시'들.

시집을 덮으며 가슴이 서늘해졌다.

다행인가, 날마다 시가 오고 있다.

두서없이 오는 그것이 시가 아닌지 시인지를 굳이 나누지 않는다. 그럴뿐더러 나 자신도 시인 66년 이전의 나로 환원한다. 옛 달빛이 새삼스럽다.

....

처음은 있으나 나중은 모른다. 1권으로 그칠지 몇 십권일지 가늠하지 않는다.임종이 내 운명이 기복을 마감할 때까지 천부의 번죄 어찌 소중하지 않을손가. 한恨과 흥興은 서로가 시절인연의 좌우이므로 몽땅 이 세상의 반려이다. 그래서 철새이다가 문득 텃새이기도 하다.

노래하고저, 내 그림자와 나 서로 궁휼히 춤추고저!

2024년 봄 미륵동산에서 고 은

<서문> 중에서

 

* 세상의 시 2

오늘도

저 구름께 절하옵니다.

계시다가

안 계시다가

안 계시다가

계시다가

아무도 흉내 낼 수 없어라

 

* 세상의 시 122

건너 마을

다섯 살 소경 칠성이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

나는 분꽃을 본다 나 도둑놈이다

 

* 세상의 시 160

아직 질 줄 모르는

사흘 꽃

그대 무병장수 경하해마지 않네

나비 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