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하는 날이다.
열무김치와 깎두기를 담았다.
토욜 승진네가 온다니 들려보내고 싶어서...
엄마노릇 이 정도는 해야하는데, 너무 날라리로 지낸다.
어젯밤,
요한성당 독서모임에서 젊은이 넷과 같은 조가 되어 토론한 효과인지도 모르겠다.
<로이와 젤리>,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데 젊은 그녀들은 이 성스러운 부부가 아이키우며 쓰는 말과 행동에 눈길이 많이 갔다. 나는 병고와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많았는데... 인간은 모두 자기 중심, 자기 기준에서 보고 생각한다.
어쨌건 어여쁘다. 그 밤시간에 50명이 넘게 모여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게 얼마나 이쁜 일인가.
신부님이 예상한 인원은 10명 정도라고 했다. 난 순전히 친구가 새 신부님을 보여주고 싶다고 해서 갔지만. 한 달에 한 권 읽고 이야기 하는 건, 읽은 게 일인 내겐 소소한 일이다. 친구는 내게 영적 자극이 되길 바라는 건지, 다음 책도 사 주겠다고 한다.
어제 성스러운 이들을 만난 덕분인지 오늘은 제대로 일을 해야겠단 맘이 들었으니. 좋은 시간이었다.
긴 시간 주방에 있으면서 한병철의 이야기를 유툽으로 들었다. 그의 책은 몇 권 읽었지만 어눌한 육성을 듣는 건 처음이다. 40년 간 독일에서 살았으니.
철학을 위해 거지되기를 누려워말라니... 그의 사회철학이 와 닿는다.
'용기'에 대해 생각했다.
(158) [삶 멈춰 서서 바라보다] 행복에 관하여: 우리는 어떤 세계에 살고 있나 (한병철 철학자) - YouTube
오후 늦게 퀵으로 온 봉투에 <현대수필> 여름호 라벨작업까지 했으니, 제대로 일한 날이다.
내가 하는 일이 완성되는 건,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작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내 행실보다 더 많은 은총을 받고 있다고 믿는 이 뻔뻔함이 나의 힘이다.
잘 숙성되어 맛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