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근 선생이 어머니에 대한 사무침이 바로 전이된다.
나처럼 내 할일 다 했다고 뻔뻔한 마음을 가진 사람도 숙연하고 울컥해진다. 받자마자 잡은 책을 단숨에 다 읽었다.
마지막 챕터 <효부상>은 짧은 소설이다. 같은 주제지만 소설의 옷을 입으면 더 자유롭다.
70대 작가가 90대 어머니를 모시고 살며 풀어놓은 이야기는 수필 너머, 소설 너머의 진실을 훤히 그려준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지만 이 시대 모두의 고민이기도 하다. 문학의 치유 능력을 생각했다.
어머니께 이 책을 바치고 작가는 조금 가벼워졌기를 빈다.
솔직하며 담백한 문장들이 단숨에 읽히는 건 작가의 대단한 내공이다.
* 오신 곳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영전에 이 책을 바칩니다.
어머니 돌아가신 지 백 일이 되어갑니다.
아직도 하루에 몇 번씩 아쉬움의 기억이 떠올라 괴롭고 그 상실감이 큽니다.
처음 책을 낸다고 했을 때 별 말은 없으셨지만 자랑스럽게 생각하신 것을 압니다. 기대가 크셨겠지요. 그런데 횟수가 더해질수록 가족의 치부까지 드러내는 수필을 보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셨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그 일이 있어서 감사하다. 나이가 드니 글도 잘 써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쓰기를 멈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의 꿈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글을 쓰는 것이다. 삶이 의미 없게 느껴지고 무기력에 빠져있을 때 나는 내 꿈을 생각한다.
꿈은 누구나 꿀 수 있고 가질 수 있다. 삶이 무의미한 칠십 대 이후의 삶에는 꿈이 꼭 필요하다. 그래야 무의미한 삶이 인간의 삶으로 지탱이 된다. (55쪽)
* 사유의 방에 있는 두 반가사유상의 모습은 변함없다. 그것을 보고 바뀌는 내 마음의 움직임일 뿐이다. 움직임을 밖에서 찾지 말고 내 안의 움직임을 쫓아야 한다는 것, 두 번의 박물관 관람을 통해 느낀 나의 소회이다. (137쪽)
* 마지막 본 개의 모습이 우리가 키우는 개 쿠키와 너무도 닮았던 것이 더 충격이었다. 몇 날 며칠 그 개의 모습이 눈가에 어른거렸다. 생명을 앗았다는 괴로움으로 우울했다. ....
... 스님이 말했다. '인생이 환幻인데 그렇게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나는 마음이 편해졌다. (171쪽)
미국에서 에니메이션 공부를 한다는 손자가 그린 표지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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