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한나 아렌트의 말 - 정치적인 것에 대한 마지막 인터뷰

칠부능선 2022. 2. 2. 20:47

한나 아렌트는 독일 태생의 유대계 미국 정치이론가다. 

철학이 단독자로서의 인간에 대한 통찰에서 시작한다는 점 때문에 철학자로 불리길 거부하고 세계 안에서 관계 맺고 살아가는 인류를 주목해 정치이론가를 자처했다. 

 

 

* 누군가 진정한 나치로 변해 그에 관한 글을 썼을 때, 그 사람이 나한테 개인적으로 충실할 필요는 없었어요. 나는 어쨌건 그 사람과는 다시는 말을 섞지 않았어요. 그는 더 이상 나를 접촉해야 할 까닭이 없었고요. 내 생각에 그는 이미 존재하기를 멈춘 사람이었으니까요. 그건 상당히 명확한 일이었어요. 그렇다고 그들이 하나같이 살인자는 아니었어요. 내가 요즘 애기하고는 하는 것처럼, 그들은 자기가 파놓은 함정에 빠진 사람들이었죠. (52쪽)

 

*<악의 평범성>에 관한 질문

 사람들은 평범한 것은 아주 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은.... 내가 말하려는 바는 그게 아니었어요. 나는 우리 모두의 내면에 아이히만이 있고, 우리 각자는 아이히만과 같은 측면을 갖고 있다는 말을 하려던 게 절대 아니에요. 내가 하려던 말은 오히려 그 반대예요. 나는 내가 누군가를 꾸짖으면 그들이 내가 들어본적도 없는, 그래서 전혀 흔하지 않은 말을 하는 모습을 완벽하게 상상할 수 있어요. 그러면 나는 "너무 평범해 (진부하다는 뜻도 있다)" 하고 말해요. 아니면 "별로 안 좋아" 하고 말하거나요. 그게 내가 말하려던 뜻이에요. 평범성banality은 정말로 간과할 수 없는 현상이었어요.  (84쪽)

 

* 아이히만 자신도 재판 중에 가끔 칸트를 언급했습니다. 그는 도덕 계율을 따랐으며 칸트의 의무 개념을 그가 지도 원리로 삼았다고 말했습니다. 

 .... 칸트의 윤리학은, 말하자면 순종하고는 완전 반대예요. 인간 각자는 입법자예요. 칸트 철학에서는 어느 누구도 순종할 권리를 갖지 않아요. 아이히만이 칸트에게서 취한 유일한 것은 경향성이라는 치명적인 개념이에요. (칸트의 도덕철학에서 경향성이라는 개념과 의무라는 개념은 늘 대비된다)  (86쪽)

 

* '부르주아' 정부의 법으로 보장되는 자유도 자유고 '공산주의' 국가의 법으로 보장되는 자유도 자유예요. 오늘날 공산주의 정부들이 민권을 존중하지 않고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권리와 자유가 '부르조아적'이라는 결론이 자연스레 도출되는 것은 아니에요. '부르주아적 자유'를 어떤 사람이 실제로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자유하고 동일시하는 경우가 꽤나 빈번해요. 사실 이것은 누군가 극도로 부유해질 수 있는 곳인 동구에서도 유일하게 존중하는 '자유'니까요. (141쪽)

 

* 사유한다는 말은 항상 비판적으로 생각한다는 뜻이고, 비판적으로 사유한다는 것은 늘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거예요. 실제로 모든 사유는 엄격한 법칙, 일반적인 확신 등으로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건 기반을 약화시켜요.  (180쪽)

 

 

 

                         1944년 사진이니 38세 때다. 담배를 든 비스듬한 자세에서 나는 S를 떠올렸다. 

                           

      

 

                           말년의 한나 아렌트, 1975년 12월 심장마비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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