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겸손한 메모를 넣어 책을 보내셨다.
거목들의 모임 10년만에 낸 첫 동인지는 알차고 읽을거리가 많다.
이런 분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철학공부를 하고 수필을 논하는 건 참으로 본받아야할 모습니다.
밑줄 칠 부분이 많다.
첫째로 겸손을 배우고. 둘째로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수필쓰기를 배운다.
* 까닭도 없이 내 마음은 슬픈 사람들 쪽으로만 기운다. 내 몸속에 슬픔의 바코드가 많이 새겨진 탓일까. 싱싱한 것보다는 상傷한 것에, 강한 것 보다는 약자 편에, 그리고 행복한 것보다는 불행한 쪽에 마음이 이끌린다. 상한 과일이 향기가 더 짙고 병든 조개가 진주를 앉히듯 나는 제 살을 찢어 진주를 품는 작가들의 남다른 창작행위에서 눈길을 뗄 수 없었다. 문학은 바로 상처에서 피어나는 꽃이기 때문이다.
- 맹난자 <슬픔에 대하여> 중에서
*언어적 전환 이후에 철학은 문학과 그 어느 때보다도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관계를 바람직하게 유지하려면 이른바 '좋은 담'이 필요하다. 프로스트는 '좋은 담은 좋은 이웃을 만든다네.'라고 읊은 적이 있다. 철학과 문학은 그동안 신학이나 과학과 너무 밀착됨으로써 소원했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언어의 전환'이 그 좋은 계기가 될 것이며, 특히 좋은 수필들이 '좋은 담'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 엄정식 <언어적 전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