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시인회의 오래된 인연인 윤일균 시인이 16년 만에 첫 시집을 가지고 모임에 나왔다.
그의 시작 지점부터 봤으니...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도 보고 듣고.. 했다.
가정의 변화와 큰 병도 이겨내고 지금은 아기들에게 생태를 가르치는 순한 할아버지가 되었다.
오래 기다린 만큼 많은 사랑 받으리라 믿는다.
'돌모루'를 찾아봐야하는 이 무식쟁이 - 바위로 둘려 있는 산모퉁이
윤시인은 자연계에 대해 백과사전이다. 시를 쓸때 엄청 유리하다. 지난 시간도 좋았지만, 지금도 좋은 시간이다.
소나기
-윤일균
먹구름이 수정산 허리를 감싸 돌면
돌머루 바위속 구렁이가 울었다
구렁이가 우는 날에는
넙티로 소 뜯기러 간 밤나무집 늦둥이
피사리하던 학자골 방앗간 집 쌍둥이
소리개서 따비 풀던 회관 집 막둥이
느티나무 밑에서 멍석 짜던 재간둥이
마을 오둥이가 동이동이 뛴다
한질금 소나기가 돌모루 지날 때
추녀 끝 낙수로 물장난하면
물사마귀 난다고 역정 내시며
옹색한 마루에서 참빗질하던 엄니
훑어 내린 서캐만 눌러 터치다
부엌 담 황토흙을 뜯어 먹는다
집 나간 아비는 오지 않고
비에 씻겨 더 까만 까마귀
지붕 위로 까옥거릴 때
엄니는 입안 가득한 흙 찌끼를
까마귀 지나간 하늘 향해 흩뿌린다
돌모루 구렁이가 우는 날에는
인사동 '레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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