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슬픈 짐승>

칠부능선 2019. 9. 1. 14:34

 

   모니카 마론의 <슬픈 짐승>

   "인생에서 놓쳐서 아쉬운 것은 오직 사랑뿐이다."  수필 속 인용구를 보고 주문한 책이다.

 

  화자인 '나'는 백 살이다. 그리고 아직 살아있다. 어쩌면 이제 겨우 아흔 살일 수도 있다. 정확히 모르겠다....

  죽음에 이르는 치명적 사랑이야기로만 읽기엔 어수선하다.

  그것은 작가가 '기이한 시대'에 살았기 때문이다.

  1941년 베를린에서 태어나 독일 분단 후 서베를린에 살던 그녀는 10년 후 양아버지를 따라 동베를린으로 이주했고

  동독 사회주의 체제하에 교육을 받았고, 1976년 작가가 되었고 1988년 서독으로 이주해 통일이 될 때까지 머물렀다. 

 

  통일 후 동독 사람들과 서독 사람들 모두 서로에 대해 느꼈던 이질감과 낯섦, 동독과 서독 출신이라는 다른 배경에서 오는

  문화의 차이는 '나'와 프란츠의 만남과 헤어짐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이한 시대를 살아 낸,  '나'의 사랑 방식이 안타깝고 섬뜩하다.

 

  우리도 언젠가 통일이 되어 남남북녀나 북남남녀가 사랑을 하겠지.

  그러면 서로 다른 체제에서 살아왔던 것들에 혼란도 오겠지. 또 다른 소설이 쓰여지리라.

 

 

 

 

 

* '프란츠가 자기 아내는 불행에 단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그녀를 떠날 수 없다고 말했을 때 나는 비명을 지르며

발작을 일으켰다. '

 

 

* '기억이란 진주의 내부에 들어 있는 이물질과도 같다. 그것은 처음에는 조개의 살을 파고 든 성가신 침입자일 뿐이다.

조개는 그것을 외투막으로 감싸고 그것을 둘러싸고 진주질층이 하나씩 자라게 한다. 그리고 마침내 표면이 매끄럽고

광택이 나는 둥근 형상이 생기게 된다. 원래의 병적인 증상이 사람들에 의해 귀중품으로 가치를 부여받은 것이다. '

 

 

* '사람이 인생에서 놓쳐서 아쉬운 것은 오직 사랑뿐이야. 내가 말했다.

그렇다면 내 어머니는 전부 다 놓쳤던것이겠군. 프란츠가 말했다. 어머니는 완고하고 시기심이 많았지. 아버지가 행복

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어머니를 희생하고 얻은 행복이었어.

아버지가 어머니를 떠나지 않았다면 어머니는 아버지를 희생해서 행복해졌을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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