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거의 침대에 누워서 읽었다.
침대커버와 이불도 호텔처럼 흰색으로 바꾼 참이니 여행 기분에 빠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날' 수 없다는 걸 알고는 자주 일어나 책상에 앉았다.
'오직 현재' 여행은 이미 지나간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 부터 우리를 현재로 데려다놓는다.
방콕에서 국경도시 아란야프라텟을 거쳐 앙코르왓에 가는 길에 대한 글을 보며 나도 오래 전 그 국경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현재로 줌인되었다. 그 황토먼지를 뒤집어쓰고 길없는 길을 달리던 아시아버스의 진동이 소환된다.
김영하는 단편 <당신의 나무>에 썼다는데, 나는 <아란, 국경에서>라는 짧은 글을 남겼다.
'여행하는 인간, 호모비아토르'는 사실 여행에 이유 같은 거 붙이지 않지 않을까. 그냥 일상이니까.
'노바디의 여행' 이 챕터에서 많이 생각했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의 존재감 확인의 욕구는 오디세우스와 키클롭스의 이야기가 콕 박힌다.
'아무도안'이라 말해 살아났지만,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영웅'임을 밝히는 순간,
그 허망한 열망으로 인해 고생하고 낭비?한 시간은 호되다......... 그 안에도 뜻이 있겠지만.
내가 영웅이 아니라서 다행이며 그런 허영이 없어서 안심이다.
'섬바디'도 아닌 내가 익명성의 자유, '노바디'의 해방감을 위해 여행을 떠난다면 비웃으려나.
*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편안한 믿음 속에서 안온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여행을 떠난 이상, 여행자는 눈앞에 나타나는 현실에 맞춰 믿음을 바꿔가게 된다.
하지만 만약 우리의 정신이 현실을 부정하고 과거의 믿음에 집착한다면 여행은 재난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 자기 의지를 가지고 낯선 곳에 도착해 몸의 온갖 감각을 열어 그것을 느끼는 경험, 한 번이라도 그것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일상이 아닌 여행이 인생의 원점이 된다. 일상으로 돌아올 때가 아니라 여행을 시작할 때
마음이 더 편해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나와 같은 부류의 인간일 것이다.
난 이런 경지, 목표를 다음 생으로 미룬다.
"이 생은 망했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한다면 내 인연들에 대한 모독이겠지.
다음 생을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이건 무슨 소리인가,
그래, 확실히 잡소리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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