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 필사 +

그 사이에 / 산도르 마라이

칠부능선 2019. 2. 24. 15:07

그 사이에

산도르 마라이

 

 

  그 사이에, 지금까지 살아온 사십 년이란 세월 동안, 다시 말해 ‘사람의 반평생’을 훨씬 넘어설 때까지 무엇을 배웠고, 어떤 경험을 통해 풍성해졌고, 어떤 진실 때문에 괴로워했으며, 어떤 지혜에 의해 견문을 넓혔냐는 물음에 번개처럼 빠르게 대답을 해야 한다면, 나는 서둘러 숨 가쁘게 그러나 힘껏 답변할 것이다.

  “음료수나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지 말라, 심장에 해롭다. 음식에 소금을 너무 많이 넣지 말라. 그러나 피망과 약간의 후추는 즐길 수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좋아하는 음식을 양껏 먹어라. 그러나 고기는 하루에 한 번, 가능하면 점심에 먹어라. 한 가지 요리로 만족하고, 사과 같은 과일이나 야채를 많이 섭취하라. 속을 거북하게 하지 않는 과일이 몸에 좋을 것이다. 레몬수를 많이 마시고, 하루에 담배 스무 개비로 만족하라. 심신을 다 바쳐, 두려움이나 양심의 가책 없이, 숨을 쉬듯이 계획을 세우지 말고 사람을 사랑하라. 미심쩍은 징후가 보이는 즉시 의사에게 가라. 전화번호부를 보고 아무나 찾아가지 말고, 네 비밀스러운 본능을 좇아 선택하고 시험을 해봐서 진정한 의사라고 판단되는 사람에게 가라. 사람이란 원래 비열하니 말을 조심하라. 규칙적으로 일하고 가능한 한 자주 일터에서 벗어나 멀리 여행을 떠나라. 잠시만 떠나도 생각이 많이 달아지는 법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말하듯이, 거짓에서 벗어나 건강하려고 노력하라 …… 나는 그 사이에, 사십 년 동안 이런저런 수많은 경험을 했다.”

  그러자 다른 목소리가 마찬가지로 서둘러 숨 가쁘게 말한다.

  “기분 내키면 언제든지 알코올을 마셔라. 거나하게 술에 취해 모든 걸 잊어버릴 필요가 있다. 돼지고기 요리나 로스구이를 마음껏 먹어라. 적어도 부분적으로 성취한 소원이 지리하고 삭막한 건강보다 낫기 때문이다. 여자들 꽁무니를 쫓아다녀라, 달리 어쩌겠는가. 어쩌다 심각한 병에 걸리는 경우 어차피 손도 못 쓸 테니 아예 의사들을 존중할 생각도 말라. 건강이 허락하는 한 마음 놓고 담배를 피워라. 십 년 더 산다고 무슨 대수랴. 여행이란 지저분하고 불편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차라리 집에서 푹 쉬면서 사람들과 수다를 떨어라. 그래서 생명이 좀 위태로워진들 어떠랴.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지 않은가. 무슨 말인지 알았는가? …… 이것이 내가 그 사이에 살면서 배운 것이다.”

 

-산문집 『하늘과 땅』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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