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경 시인이 하늘나라로 이사를 갔다. 말기암이었다니 고통에서 해방되었으리라 믿는다.
그 나라에서는 시인이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프로필 사진에서 본 시인의 얼굴을 떠올리면 추운느낌이 들었다. 가슴이 시리다.
지난 글을 찾아봤다.
나랑은 일면식 없는 시인 허수경은 64년생 진주산이다.
첫 시집 <슬픔만 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부터 마음이 쏠렸다.
모국어의 공간이 아닌 독일의 오래된 도시와 페허의 유적지를 떠올리는 일을 하며 애절하게 모국어를 붙잡고 있다.
애절하게, 라는 표현이 맞지 않지만... 그가 시집을 내면 나는 사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 작년에 수필집으로 상도 탔다. 전숙희문학상, 돌아가신 수필가의 이름으로 주는 상에서 수필가가 멀리 있는 건 슬픈일이다.
요즘은 잘쓰는 수필가도 많으데... 애석한 일이다.
그래도 허수경이 받은 건, 상금이 2천만원이라니... 그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라면서 박수 보낸다.
농담 한 송이
허수경
한 사람의 가장 서러운 곳으로 가서
농담 한 송이 따서 가져오고 싶다
그 아린 한 송이처럼 비리다가
끝끝내 서럽고 싶다
나비처럼 날아가다가 사라져도 좋을 만큼
살고 싶다
난꽃 그림자, 여린 향기가 그와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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