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 후배가 내 앞에 "재밌어요" 하면서 쓱 건낸 책이다.
560쪽이 되는 분량을 하룻밤에 다 읽었으니 재미있는 거 맞다. 특히 1부가 재미있다.
웃기는 일이지만 2,3부에서는 소설이 소설 같아진다. 꿰어 맞추려고 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1부는 완전 실화처럼 빠져들었다.
전쟁 중 어린 쌍둥이가 험한 세상을 살아내는 방법이 잔혹하다. 악랄한 세상에 맞서는 자기 보호가 통렬하다.
괴기스럽고 발칙한 장면들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이다.
이순영 (10살)이 쓴 동시집 <솔로 강아지>가 잔혹성 논란으로 전량 폐기하기로 결정이 났다.
천재성과 예술성의 잣대가 모호하다. 누구의 잘못이건 사실적인 삽화와 상업성이 수위를 넘었다.
천재와 이단은 한 발 차이다.
한 발을 크게 건너뛰면 이단이다. 반 발짝만 앞서서 뒷 사람들이 잘 하면 따라 갈 수도 있도록 해야 한다.
잔혹성에 토악질을 느끼면서도 통쾌한 건 뭔지. 절대적인 영원의 차원에서의 폭력성의 절절함이 날아와 박힌다.
아이가 모두 천사는 아니다. 온전한 작은 존재일 뿐이다. 그 안에 스스로 살아내는 법을 나름 장착하고 있다. 그 영악함에 경악 수준.
바닥을 치는 삶의 비애를 간결한 문체로 전한다.
어쨌거나 가독성 좋은 글이 좋다.
에곤 실레의 표지 그림<The self-seers I>이 절묘하다.
아고타 크리스토프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