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가방 / 송찬호

칠부능선 2009. 10. 14. 22:18

 

가 방

 

- 송찬호

 

가방이 가방 안에 죄수를 숨겨

탈옥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시내에 쫘악 깔렸다

 

교도 경비들은, 그게 그냥 단순한

무소 가죽 가방인 줄 알았다고 했다

한때 가방 안에 풀밭이었고

강물로 그득 배를 채웠으며

뜨거운 콧김으로 되새김질했을 줄

누가 알았겠냐고 했다

 

끔찍한 일이다 탈옥한 죄수가 온 시내를 휘젓고 다닌다면

숲으로 달아난다면

구름 속으로 숨어든다면

뿔이 있던 자리가 근지러워

뜨거운 번개로 이마를 지진다면,

 

 한동안 자기 가방을 꼼꼼히 살펴보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열쇠와 지갑과 소지품은 잘 들어 있는지

혹, 거친 숨소리가 희미하게나마 들리지는 않는지

그 때 묻은 주둥이로 꽃을 만나면 달려가 부벼대지는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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