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추억을 믿지 않는다

칠부능선 2007. 8. 24. 18:15
 
    "사랑은 약속이다. 믿음과 신뢰의 약속, 행복을 주겠다는 약속,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겠다는 약속이다.
    약속은 지키는 것이다. 지키라는 강요가 아니다. 
    나를 신뢰하지 않았다고해서, 행복하지 않았다고 해서,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지 않았다고 해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사랑의 약속은 상대방이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줄 책임이   더 크기 때문이다." 
          * 이런 도사 같은 말들 때문에 더 우울하다.
           추억이란  현재진행형이 불가능할 때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불러들이는

                   씁쓸한 일인극이 아닌가.





        Sirenia - In Sumerian Haze


                              우울

                              - 보들레르



                              내겐 천년을 산 것보다 더 많은 추억이 있다.

                              계산서들, 시 원고와 연애편지, 소송 서류, 연가들,
                              영수증에 돌돌 말린 무거운 머리타래로
                              가득 찬 서랍 달린 장롱도
                              내 서글픈 두뇌만큼 비밀을 감추지는 못하리.
                              그것은 피라미드, 거대한 지하 매장소,
                              공동묘지보다 더 많은 시체를 간직하고 있는 곳.
                              - 나는 달빛마저 싫어하는 공동묘지,
                              줄 지은 구더기들은 회한처럼 우글거리며,
                              내 소중한 시체를 향해 언제나 악착같이 달라붙는다.
                              나는 또한 시든 장미꽃 가득한 오래된 방,
                              유행 지난 온갖 것들이 널려 있고,
                              탄식하는 파스텔화와 빛바랜 부셰의 그림들만
                              마개 빠진 향수병 냄새를 맡고 있다.

                              눈 많은 해의 무거운 눈송이 아래
                              우울한 무관심의 결과인 권태가
                              불멸의 크기로 커질 때,
                              절뚝이며 가는 날들에 비길 지루한 것이 세상에 있으랴.
                              - 이제부터 너는, 오, 살아 있는 물질이여!
                              안개 낀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서 졸며
                              막연한 공포에 싸여있는 화강암에 지나지 않으리 ;
                              무심한 세상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지도에서도 버림받아
                              사나운 울분을 석양빛에서만
                              노래하는 늙은 스핑크스에 지나지 않으리.

                                                                  '놀자, 책이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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