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스럽고 놀라운 것 / 유안진 끔찍스럽고 놀라운 것 / 유안진 세종로 퇴계로 을지로 충무로를 지나다니며 세종임금 퇴계선생 을지문덕 충무공..... 만 길인 줄 알았다가 눈으路 입으路 손으路 발路 귀路 코路 내 몸 오대삭신이 다 길이라는 것 말路 글路 노래路 춤으路 마음으路 ...... 모두가 길이라는 것 사랑으路 미움으路 눈물路 .. 시 - 필사 2006.11.02
사랑의 지옥 / 유 하 사랑의 지옥 / 유 하 정신없이 호박꽃 속으로 들어간 꿀벌 한 마리 나는 짖궂게 호박꽃을 오므려 입구를 닫아버린다 꿀의 주막이 금세 환멸의 지옥으로 뒤바뀌었는가 노란꽃잎의 진동이 그 잉잉거림이 내 손끝을 타고 올라와 가슴을 친다 그대여, 내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나가지도 더는 들어가지도 .. 시 - 필사 2006.09.15
의자 / 이정록 의자 /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시 - 필사 2006.09.15
아무도 모른다 / 김사인 아무도 모른다 / 김사인 나의 옛 흙들은 어디로 갔을까 땡볕 아래서도 축축하던 그 마당과 길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개울은, 따갑게 익던 자갈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앞산은, 밤이면 굴러다니던 도깨비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런닝구와 파자마 바람으로도 의젓하던 옛 동네어른들은 다 어.. 시 - 필사 2006.08.31
거리의 시간 / 오규원 거리의 시간 / 오규원 감동할 시간도 주지 않고 한 사내가 간다 감동할 시간도 주지 않고 뒷머리를 질끈 동여맨 여자의 모가지 하나가 여러 사내 어깨 사이에 끼인다 급히 여자가 자기의 모가지를 남의 몸에 붙인다 두 발짝 가더니 다시 사람들을 비키며 제자리에 붙인다 감동할 시간도 주지 않고 한 .. 시 - 필사 2006.08.03
프란츠 카프카 / 오규원 프란츠 카프카 / 오규원 -MENU- 샤를르 보들레르 800원 칼 샌드버그 800원 프란츠 카프카 800원 이브 본느프와 1,000원 에리카 종 1,000원 가스통 바슐라르 1,200원 이하브 핫산 1,200원 제레미 리프킨 1,200원 위르겐 하버마스 1,200원 시를 공부하겠다는 미친 제자와 앉아 커피를 마신다 제일 값 싼 프란츠 카프카 시 - 필사 2006.08.03
얼룩 / 강인한 얼룩 / 강인한 빗방울 하나가 돌멩이 위에 떨어진다. 가만히 돌 속으로 걸어가는 비의 혼, 보이지 않는 얼룩 하나, 햇볕 아래 마른 돌멩이 위에서 지워진다. 어디서 왔을까, 네 이름은 내 가슴속에 젖어 물빛 반짝이다가 얼룩처럼 지워져버린 네 이름은, 빗방울 하나가 돌멩이 위에 떨어진다. 내 한 생도.. 시 - 필사 2006.08.01
풍경의 깊이 / 김사인 풍경의 깊이 / 김사인 바람 불고 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 눈여겨보는 이 아무도 없다. 그 가녀린 것들의 생의 한순간 의 외로운 떨림들로 해서 우주의 저녁 한 때가 비로소 저물어간다. 그 떨림의 이쪽에서 저쪽 사이, 그 순간의 처음과 끝 사 이에는 무한히 늙은 옛날의 고요가, 아니면 아직 오지 .. 시 - 필사 2006.07.26
秋夕 / 고은 秋夕 / 고은 숙자는 추석 쇠러 대전 제집에 갔다. 마른 고비나물 따위 마련해두고 간 안주로 모인 친구들과 추석술 거나했다. 장준하 상진들을 추념치 않을 수 없어 친구 하나하나가 스스로 준하 되고 상진이 되었다.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아침 점심 찬밥 말아먹으며 내 마음 물에 정들어 가득했다. 닭.. 시 - 필사 2006.07.23
文義마을에 가서 / 고은 文義마을에 가서 / 고은 겨울 文義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다다른 길이 몇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이 세상의 길이 신성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번씩 귀를 달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小白山脈 쪽으로 뻗는구나. 그러나 빈부에 젖은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 시 - 필사 2006.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