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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치설(落齒說) / 김창흡

나는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읽지 못한 책이 많으니 이제부터라도 만년의 세월을 보내기 위하여 아침저녁으로 시골 풍경을 바라보며 흥얼흥얼 글이나 낭독하려 한다. 그리하여 깜깜한 길을 촛불 하나로 밝히듯 인생의 근원을 음미하려 하는 바이다. 그래서 책을 펴고 읽기 시작하자 이가 빠져 벌어진 입 사이로 흘러나오는 소리가 마치 깨진 종소리 같아서, 바르고 느린 마디가 분명하지 않고 맑고 흐린소리가 구분되지 않으며 소리의 높낮이도 분간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낭랑한 목소리를 내려고 하였으나 결국 소리가 말려들어 가고 만다. 나는 쓸쓸히 읽던 책을 덮어 버렸다. 그러자 마음은 점점 게을러져 갔다. 인간의 근원을 찾으려는 이 마음을 무엇으로 유지한단 말인가? 이것이 이가 빠지고 난 뒤에 ..

산문 - 필사 + 2024.02.20

나는 매일 아침 솔숲에 다녀온다 / 조 헌

조헌 선생의 세 번째 수필집이다. 첫 작품이 내가 청탁했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특집 원고다. 하여 더 반갑다. 작품마다 훤히 그려지는 이야기를 주축으로 말미에는 선현의 지혜까지 알려준다. 불교경전도 재미있게 풀어내니 쉽게 다가온다. 쉽게 읽히지만 내 습성대로 후르륵 읽지 않고 아껴 읽었다. 연로한 부모님을 돌보는 모습이 내 일인듯 다가온다. 교직에서 만난 학생들과 동료 이야기며 길에서 만난 사람을 대하는 모습까지. 그저 고개가 숙여진다. 수필은 인간학이라는 게 바로 이것이다. ​ ​ * "산다는 것은 사람들을 오해하는 것이고, 오해하고 또 오해하다가,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 본 뒤에 또 오해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안다." 소설 《미국의 목가》에서 목청을 높인..

놀자, 책이랑 2024.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