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동네

빛을 끌어안은 미의 개가 / 안선희

칠부능선 2006. 6. 16. 18:42
 

   빛을 끌어안은 미의 개가

 


  ‘풍경은 얼굴을 가지지 않는다’고 한 릴케는 풍경 전부가 하나의 얼굴이며 그 얼굴의 광대무변함이 사람에게 두려움과 우수의 느낌을 심는다고 믿었다.

  아름다운 것은 두려운 것의 시작에, 우리가 간신히 견딜 수 있는 것의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그려지는 풍경의 정의다.

  같은 풍경을 묘사함에 있어 사람에 따라 그 음양이, 고저가 다른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인식의 눈에 따라 그 파장이 바뀌는데 기인한다.

  아무리 거칠고 사나운 풍경도 작가 안선희의 눈에 포착되는 순간, 순한 서정으로 변한다. 

  빛을 끌어안은 미의 개가. 새로운 눈뜸이 그 곳에 있다.

  어쩔수 없이 양지쪽의 사람인 성실한 작가 안선희는 어떠한 풍경에서도 따뜻함과 먼저 손을 잡는다.


  버릴 것 다 버린 양수리의 겨울, 무리에서 이탈한 갈대 ― 그 황량함마저도 아름다움으로 다가와 그 안에 들고 싶도록 이끈다. 

  늪에 서 있는 모습이 봄은 가까이 있다고 바람으로 속삭인다.

  그의 풍경 전반에 멀리서 바라보는 산등성이는 언제나 부드럽다. 

  풍경은 정지된 모습이 아니다.

  작가와 만나는 그 순간 또 다른 생명력을 부여받아 보는 이에게 대화를 걸어온다.

  잔잔한 꽃들의 웃음소리가 들릴 듯한 노르웨이의 호숫가, 홀로 목 늘인 자작나무가 바라보는 노란 집, 그 앞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우렁차고, 멀리 푸른빛으로 누운 산은 힘이 넘친다.

  꿈속에 잠긴 듯한 사원의 둥근 탑이 그윽이 내려다보는 모스크바의 작은 공원, 풀꽃 사이의 길 따라 붉은 벽돌 집이 있는 상트 뻬테스브르크 외곽의 한적함, 이국의 풍경도 정겨운 감성으로 녹아들어 보는 이에게 편안하게 안겨온다. 

 

  어둠 속에 빛나는 흰빛 아이리스, 어둠마저도 사물을 빛나게 하는 배경으로 눈부시다. 

  이기와 기만, 혼돈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여리디 여린, 흰 꽃이 일으켜 세운다.

  맑은 눈으로 화답해야할 것 같은 안선희의 작품과 대화를 나누면 일상에서 상처받았던 마음과 시린 가슴이 따뜻하게 녹아 내린다.

  모든 풍경은 두려움과 우수 대신 기쁨으로 다가와 우리의 감성을 충만하게 할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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