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모비딕 / 허먼 멜빌

칠부능선 2022. 10. 3. 23:13

허먼 멜빌은 1819년 8월 1일 뉴욕에서 유복한 상인의 8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12살에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고 정신착란으로 죽는다. 소년 멜빌은 학교를 중퇴하고

19세 때 화물선의 급사가 되어 대서양을 왕복한다.

21세 때 포경선의 일반선원으로 고용되어 남태평양의 방랑자로 보낸다.

그 중 22세에 포경선을 탈출 식인종 섬 주민들에게 손님 대접을 받는 경험을 한다.

이런 경험으로 첫 작품 <타이피족> 의 성공으로 가족을 부양한다.

<모비딕>은 1850년, 멜빌이 31세 때 쓴 여섯 번째 작품이다. 세 번째 작품 <마디>부터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한다.

... 40세 이후 멜빌은 펜을 꺾고 세관에 취직해 검사원으로 일당을 받는 날품팔이가 된다. 가끔 쓴 장시집 <클라렐>을 57세에 자비 출판한다. 66세까지 세관 일을 계속했고 72세에 세상을 떠났다. 유고 <빌리 버드> 초고가 있고, 죽을 때까지 소설을 쓰고 있었다. 그의 탄생 백주년이 지난 1920년 재평가하면서 극적으로 부활했다. 다행이다.

고래에 관한 온갖 자료를 활용한 부분이 많지만 잘 읽힌다. 주말 내내 잡고 있었다. 늘 휴일이지만 이번 연휴가 알찼다. ㅋ ㅋ

내 여행지가 나오니 또 반갑기도 하고... 일찌기 많이 다니길 참 잘 했다.

16쪽에 달하는 고래에 관한 발췌문과 135장으로 안내한 소제목이 색다르다.

"내 이름은 이슈메일이라고 해두자." Call me Ishmael" - 번역 김석희

"내 이름은 이슈마엘이다" 많이 페러디되는 첫구절이다.

퀴퀘그 - 작살잡이, 식인종, 훌륭한 야만족 청년 - 라마단을 지내는 모습과 죽음 앞에서의 모습에 홀랑 반했다.

* 세계는 자오선과 관계없이 어디나 사악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교도로 살다 죽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마음속은 예전과 같은 우상 숭배자였지만, 몸은 기독교도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의 옷을 입고 그들의 뜻 모를 말을 흉내 내려고 애썼다. 이제 고향을 떠난 지도 꽤 오래되었는데도 퀴퀘그에게 기묘한 데가 있는 것은 그 때문이었다. (95쪽)

*스타벅은 일부러 위험을 찾아다니는 십자군 전사는 아니었다. 그에게 용기는 감정이 아니라 다만 자기한테 유용한 것이었고, 실제로 꼭 필요한 경우에 언제든지 쓸 수 있도록 늘 가까이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이 포경업에서 용기란 쇠고기나 빵처럼 반드시 배에 갖추어야 하고 어리석게 낭비하면 안 되는 주요 품목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다. (161쪽)

* 앞만 뚫어지게 바라보는 그 두려움 모르는 눈길에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 불굴의 정신, 단호하고 양보할 수 없는 무한한 고집이 담겨 있었다.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선원들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심란한 선장의 지휘를 받는 것이 고통스럽지는 않았지만 불편하다는 자각을 지극히 사소한 몸짓과 표정으로 분명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기분이 언짢은 에이해브 선장은 십자가에 못 박힌 사람의 표정을 얼굴에 띠고 그들 앞에 서 있었는데, 그에게서는 어떤 강력한 슬픔이 지닌 위엄,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당당하고 압도적인 위엄이 풍기고 있었다. (171쪽)

* 조용한 갑판에서 30미터나 올라간 곳에 서서 돛대가 거대한 죽마라도 되는 것처럼 다리를 벌리면 당신의 몸 아래, 그리고 당신의 두 다리 사이에서는 바다의 거대한 괴물들이 헤엄을 친다. 옛날에 배들이 로도스 섬에 있었던 그 유명한 거상의 가랑이 사이를 지나간 것과 마찬가지다. (207쪽)

(로도스 섬에서 이 그림을 보고 이 장소에 가 본 기억이 나서 반가웠다. )

* 태평양의 북쪽 끝에서 포획된 고래의 몸속에서 그린란드 바다에서 박힌 작살의 날이 발견된 것은 미국과 영국의 포경선에 잘 알려진 사실이고 오래전에 스코스비의 권위 있는 보고서에도 언급된 바가 있다. 두 곳에서 이루어진 공격 사이에 시간적으로 긴 간격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떤 고래잡이들은 인간에게 오랫동안 어려운 문제였던 '북서항로'가 고래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살아 있는 인간의 경험을 가지고 예로들면, 포르투갈 내륙에 있는 스트렐라 산에 있는 인간의 경험을 예로 기이한 이야기 - (산 꼭대기 근처에 호수가 있는데 난파선 잔해가 수면으로 떠올랐다는 이야기) 시라쿠사 근처의 아레투사 샘에 얽힌 놀라운 이야기 - ( 그 샘물은 지하수로를 통해 성지에서 온 것으로 믿어졌다)등이 있다. 이 황당한 이야기들에 비하면 고래잡이들의 이야기도 그 현실성에서 뒤질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239쪽)

(시라쿠사 여행할 때 아레투사 샘에서 파피우스가 자라고 있었다.)

* 향유고래의 머리에서 '기름통'이라고 불리는 윗부분은 '하이델베르크의 술통'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 유명한 술통 앞면에 신비로운 조각이 새겨져 있듯이, 향유고래의 커다란 주름투성이 이마에도 그 놀라운 기름통을 장식하는 이상한 무늬가 수없이 새겨져 있다. 게다가 하이델베르그의 술통이 언제나 라인 강 유역의 고급 포도주로 가득 차 있듯이, 고래의 기름통도 고래기름 가운데 가장 귀중한 기름, 즉 값비싼 경뇌유를 순수하고 투명하고 향기로운 상태로 저장하고 있다. (417쪽)

(하이델베르그에서 이 거대한 술통 앞에서 사진 찍은 생각이 난다. 그런데 난 이 통에 든 것이 맥주라고 생각했다. )

* 첫째, 잡힌 고래는 잡은 자의 것이다.

둘째, 놓친 고래는 먼저 잡은 자가 임자다. - 유스티아누스 법전 (미국 어부들의 독자적 법규) ㅡ (479쪽)

* '소유가 법의 절반'이라는 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속담이 아닌가? 그 물건을 어떻게 소유하게 되었는지는 상관없다는 뜻이지만, 소유가 법의 전부가 되는 경우도 많다. 소유가 법의 전부라면, 러시아 농노나 공화국 노예들의 근육과 영혼은 '잡힌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과부에게 마지막 동전 한닢이 탐욕스러운 지주에게는 '잡힌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 1492년에 콜럼버스가 왕과 왕비를 위해 소유권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에스파냐 국기를 아메리카에 꽂았을 때, 아메리카는 '놓친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었던가? 폴란드는 러시아 황제에게 무엇이었던가? 그리스는 터키에게 무엇이었던가? 모두 '놓친 고래'다.

인간의 권리와 세계의 자유는 모두 '놓친 고래'가 아니고 무엇인가? (482쪽)

* 야만인과 문명인 사이에는 이런 주목할 만한 차이점이 있다. 문명인이 병에 걸려 회복될 때까지 반년이 걸린다면, 일반적으로 말해서 야만인은 하루 만에 반쯤은 회복되는 것이다. 퀴퀘그는 오래지 않아 기력을 되찾았고, 며칠 동안 아무일도 하지 않고 권양기에 앉아 있더니 어느날 갑자기 벌떡 일어나 팔과 다리를 쭉 뻗어 기지개를 켜고 가볍게 하품을 한 다음 뱃전에 높이 매달려 있는 보트의 뱃머리로 뛰어들어 작살을 겨누며 자기는 언제라도 싸울 수 있다고 선언했다.

(574쪽)

* " 자네는 하루는 다리를 만들고, 이튿날에는 다리를 넣을 관을 만들고, 다음에는 그 관으로 구명부표를 만드는군. 그렇다면 자네는 욕심 많고 주제넘게 건방지고 악명 높은 야만적인 무뢰한이 아닌가? 자네는 신들처럼 제멋대로에 팔방미인이야." (625쪽)

- 에이해브선장이 목수에게

* 나만 홀로 피한고로 주인께 고하러 왔나이다. - 욥기

연극은 끝났다. 그렇다면 또 누군가가 무대에 등장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 난파에서 한 사람이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 그 배는 구불구불 항해하고 있던 '레이첼'호였다. 잃어버린 아이들을 찾아 헤매다가 엉뚱한 고아를 발견한 것이다.

(684쪽)

이 배에서 가장 지혜로운 인간, 스타벅은 '스타벅스'로 기억되고,

이슈메일만 살아 남았다.

"내 이름을 이슈메일이라고 해두자" " 내 이름은 이슈메일이다"의 차이는 크다.

앞에 것은 살아남은 자가 이슈메일이 아닐수도 있다는 말이고, 뒤에는 이슈메일이라는 것이다.

사실 포경선에서 이슈메일은 300분의 1 지분이다. 중심에서 비껴난 자로 관찰자 시점에 적합한 모양이다.

구약의 이슈메일을 떠올리면 버림받은 자의 부활이기도 하다.

'모비딕'은 무엇일까.

역자 해제에서는 종교, 신화, 사회, 심리, 철학적 측면에서 각각 신, 괴물, 노예제, 트라우마, 존재의 신비로 해석했다.

하지만, 난 운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