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강의 새 교재를 찾느라고 뒤적였다.
곁에서 말하듯이 조근조근 경어체로 알려준다. 다 아는 이야기라도 이렇게 살갑게 이르면 마냥 끄덕일 것 같다.
더우기 '글은 재능이 아닌 훈련에 달렸다'니 희망이 보이지 않는가.
인상적인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에 방점을 찍고 궁리를 시작하란다.
글쓰기 강의 녹취를 편집해서 만든 책이다.
*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숭실대학교 진리관에서 한 글쓰기 강연을 활자로 풀어내놓는다. 얄궂게도, 나는 그 글쓰기 강연을 통해서 내가 글쓰기보다 말하기를 더 즐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책 앞에
*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곗바늘이다. 모모는..." 처음 들어보시나요? 소설의 대사와 지문을 가사로 옮긴 것입니다. 그런데 이 노래 정말 몰라요? 정말? 내가 요새 계급의 벽이란 건 아무것도 아니다. 성별의 벽이란 것도 아무것도 아니다,진짜 무서운 건 세대의 벽이다, 생각합니다. 일단 무슨 말을 해도 말이 안 통합니다. (65쪽)
난 다행히 '모모'를 안다. 모모 란 노래를 들었고,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도 읽었다.
59년 서울産이니 동시대를 살았으니 다~ 알아 듣는다.
자신의 글을 실전 교제로 제시하며 그때 멋 부리며 쓰다 오버한 경우, 말장난, 천박하게 쓴 표현을 집어준다.
* "그러나 윤범모 씨가 내 기사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자유의 무늬』 97쪽
<피카소파스>라는 이 글 역시 부끄러운 글입니다. 글쓴이 본인은 아니라고 했지만, '원래 저 말은 내가 처음 한 건데 다른 사람들이 자기들 생각인 것처럼 말하는구나!' 하고 분이 나서, '그건 내가 처음 한 말이야!' 하고 잘난 척하기 위새서 쓴 글입니다. 이런 글은 쓰지 마세요. 쓰고 나서 후회합니다. (153쪽)
* 세종은 왜 한글을 창조했을까요? 역사학자들이나 언어학자들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습니다. 첫 번째는 백성세계의 의식 성장입니다. 이성계가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 나라를 세웠는데 그 사이에 백성세계의 의식도 성장한 것입니다. 이 백성세계를 통제할 필요가 있어진 겁니다. 통제를 하려면 통제 대상이 뭘 좀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완전히 까막눈인 사람들은 통제도 못합니다. 말이 전달돼야 통제가 되는 겁니다. 말하자면 백성세계의 의식 성장에 맞서서 전제군주가 '아, 이 백성들 안 되겠네. 자꾸 기어오르는데 좀 다잡아야겠다', 이런 게 아마 첫 번째 이유였을 겁니다. 그래서 훈민정음을 만들자마자 <용비어천가>라는 걸 씁니다. 세종의 조상들이 모두 완전히 신이에요. 날아다니기도 하고 호랑이도 때려잡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까 <용비어천가>는 일종의 건국신화입니다.
(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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