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손의 온도는 / 유혜자

칠부능선 2022. 8. 8. 00:49

유혜자 선생님이 최근 2년 반 동안 쓴 작품을 묶었다.

현대수필 행사때마다 뵈었는데... 작품으로 만나는 선생님이 여전하셔서 다행이다.

선생님 등단 50년의 큰 의미도 있다.

반가운 마음에 단숨에 읽었다. 내가 아는 분과 책을 많이 만난 것도 또 반갑다.

처음과 같이 이제껏 열심히 발표하시는 모습에

처음과 같이 성찰하며 겸손한 자세에

박수보내며, 깊이 고개 숙인다.

 

걸어도 뛰어도

걷고 뛰어도 아직도 날개가 돋지 않아 나비가 못되는 것을 안타까워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비가 된 애벌레가 꽃들에게 희망을 주듯이, 문학의 힘은 사막 속에서나 땅속에서 700년이나 지내며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닐까. 좋은 작품은 읽는 이들에게도 생명이 영원히 이어지리라.

- 책머리말 중에서

* 나도 어떤 사람에게 손을 내밀고 싶던 때도 있었고, 어떤 이의 손을 갈망하기도 했다. 어떨 때는 손을 내밀기만 하면 가까워질 수 있었을 텐데 겁이 나서 망설이기도 했다. 손에 잡힐 듯한 무지개를 쫓아가는 헛수고도 있었지 않았는가. 나의 열정과 꿈과 내 삶에 드리워졌던 빛고 그림자를 되돌아 보게 된다. ( 71쪽 )

* 직장생활 중에도 내가 오르려고 했던 기둥은 직장에서의 승진보다도 문학에의 추구에 중점을 두었던 것 같다. 문학은 인류를 구원해주고 인생의 궁극적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들어왔다. 그러나 투철한 문학정신으로 독자의 가슴을 울리는 명구를 얼마나 썼는가는 회의적이다. 내 딴엔 책을 자주 펴냄으로써 위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는 기분만을 느껴온 것 같다.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다른 애벌레를 짓밟고 마침내 정상에 올라선 호랑 애벌레는 그 정상에 아무것도 없음을 알고 허무해서 분노한다.

(107쪽 )

* 『멋진 신세계』가 맛보지 않은 미래를 예견한 소설이라면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는 진정한 자유가 없다면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없다는 말을 함으로 미래 사회 재앙이라 여겨지는 모든 것에 대한 대책을 내세우고 있다. ....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웃으며 악수하고 손을 마주치며 환호하며 나누는 정겨운 대화, 학교에서 마스크를 벗고 협력하며 공부하고 합창을 부르며, 운동장에서 운동하며 내지르는 학생들의 함성이 들려오면 오래 침체되었던 주민들의 기분에도 생기가 솟을 것이다.

저 산골짜기나 들판에서 피어날 풀꽃들은 소리 없는 함성으로 굳건한 생명력을 자랑할 봄, 봄이다.

(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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