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에콰도르 미완성 교향곡 / 박계화

칠부능선 2022. 8. 10. 20:38

박계화 선생님은 오래 전 산귀래문학상 행사장에서 기타치며 노래부르는 모습을 처음 봤다. 난 멀리서... 박수만 쳤다.

지금까지 가까이서 뵌 적은 없다. 최근 페북에서 활동을 보며 감탄, 감탄하고 있었다.

41년 6개월 교직생활을 마치고, 코이카 봉사단으로 간 에콰도르에서 음악교사를 하며 겪은 이야기다.

후반기 인생의 기록이 곁에서 이야기 듣는 듯 자분자분 소상히 펼쳐있다.

지극하고 열렬한 마음은 어디서도 통하지만 애타는 순간도 많이 겪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중단되었지만, 그간의 이야기로 공무원연금 수필문학상을 타며, 또 봉사가 이어지고 있다.

흉내내기도 어려운 여정에 경의를 보낸다.

박계화 선생님은 언제까지 누군가의 희망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야말로 삶 자체가 명품이다. 

'나를 필요로 한다.'

에콰도르가 나를 끌어당겼다는 믿음으로 떠나온 길이 아니던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위도 0도의 '미타 델 문도' 적도 선에 서서 붉은 태양을 바라보았다. 적도에서 쏟아내는 태양 에너지가 내 영혼 속을 파고들었다.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스스로 헤쳐나가리라는 용기가 솟아났다. 그 타오르던 태양의 열정 에너지가 501일 동안 에콰도르 봉사활동에서 설렘을 이어가게 한 동력이 아니었을까.

- 프롤로그 중에서

* 젊은 강사들 덕분에 안데스 '잉카의 머리'를 가슴으로 안아 본 하루였다. 고통스럽게 올라가지 않았다면 이런 기쁨을 맛보지 못했으리라. 앞으로 에콰도르에서 살면서 겪을 어려움은 이곳에서 얻은 잉카의 에너지로 극복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진정한 에콰도르인으로 살아나갈 것이다. (187쪽)

* '주어진 조건 하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남아야 하는 것'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주장한 생존경쟁 법칙을 이곳에서 느껴보았다. 68세 나이에 홀로 낯선 나라로 왔다. 고산증을 이겨내고, 스페인어를 새로 배워가며 봉사하는 코이카의 힘든 활동을 포기하지 않는 나의 삶을 되돌아보았다. 강한 자라서 살아남은 것일까. 살아남았기 때문에 강한 것일까. (200쪽)

* 어느 날, 토사곽란으로 배를 움켜쥐고 쩔쩔매며 귀가했다. 집주인 쉬나가 자차로 운전해 내과에 데려다주었다. 현지 의사는 진료 후 그동안 음식 먹은 상황을 묻더니 처방전을 주며 살갑게 말했다.

"낯선 나라에서 현지인으로 살아가려는 선생님의 마음에 감동받았습니다. 그러나 아이들과 같이 이곳 음식으로 식사하기에는 어려움이 큽니다. 봉사로 살아가시려면 무엇보다 건강한 삶이 중요합니다. 한국에서 먹던 음식으로 조리해 드리면 좋겠습니다."

이후 집에서 주먹밥을 만들어와 학생들과 나눠 먹었다. (209쪽)

* '베풂'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운 에콰도르는 제2의 고향이다.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 중 일부를 묵상해본다.

'만남에는 헤어짐이 있고, 헤어지면 만남이 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에콰도르의 학교와 가정의 무사 안위를 위해 기도드린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에콰도르로 달려가 아이들과 함께 에콰도르 교향곡을 완성해 보고 싶다.

한결같은 적도의 사랑으로 진정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 에필로그 중에서

'놀자, 책이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물 한 방울 / 이어령  (4) 2022.08.25
5초의 법칙 / 멜 로빈스  (0) 2022.08.21
손의 온도는 / 유혜자  (2) 2022.08.08
고종석의 문장 1 / 고종석  (2) 2022.08.01
고종석의 문장 2 / 고종석  (0) 2022.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