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별들의 시간 / 이윤학

칠부능선 2022. 7. 15. 00:02

별들의 시간

이윤학

 

 

 

지척에서 보았던 그 사람 얼굴을 잊고 살았다

고개를 들고 바라본 그 사람 눈동자

고운 입김으로 그 이름 부르기 위해

겨울 산 정상에서 흐흡을 가다듬었다

새벽하늘은 망설임의 통로를 헤매다

발견한 그 사람의 확대된 눈동자였다

그 사람 이름 속으로 불러보면

소멸한 은하가 다시 태어나

뜨거운 피가 돌고 설렘이 시작되었다

지금은 눈물이 번지지 않는 혹한의 시간

글썽이며 흩어진 별들의 파편을

그 사람 눈동자로 돌려주기 적당한 시기

수편의 별들이 수직의 별들로 바뀐 시간을

거슬러 그 사람에게 돌아가기 적당한 시기

이 세상에서 살기 불가능한 별들을

그 사람을 닮은 새벽별들을

그 사람의 눈동자에 파종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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