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 별도원(別刀原)에서
고은
이 유월의 유동나무 잎새로써
그대 금도(襟度)는 넓고 유연하여라
저문 들에는 노을이 단명(短命)하게 떠나가야 한다
산을 바라보면 며칠째 바라본 듯 하고
나만 저 세상의 일을 알고 있는 양
벌써 조천(朝天)거리 들쥐 놈들은 바쁘고
낮은 담 기슭에 상치는 쇠어간다
제 모가지를 달래면서 소와 말들이 돌아가서
차라리 마주수(馬珠樹) 꽃을 싫어하며 빈 새김질을 하리라
이제 저문 어린애 제 울음을 그친 쪽으로
나에게는 하나이던 것이
너무나 많은 것이어서
저 조천(朝天) 세화(細花) 께 하현(下弦)달 하나만이라도
밤 이슥하게 떠올라 나를 자주자주 늙게 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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