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죽음을 배우는 시간 / 김현아

칠부능선 2021. 12. 20. 21:01

병원에서 알려주지 않는 슬기롭게 죽는 법을 의사가 알려준다. 

내가 평소 생각했던 죽음에 대한 생각과 겹치는데, 그는 의사이기 때문에 신빙성이 크다. 또 용기있는 말이기도 하다. 

어쩌면 같은 업의 종사자나 사용자에게 눈총받을 수도 있는 사항들이다.  

늙고 병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적당한 시기가 되면 병원을 가지 말라는 말이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행해지는 의료행위를 알려준다. 우리가 아는 소생의 상징인 심폐소생술의 실상을 알려주기도 한다. 

나는 연신 끄덕이며 읽었다. 딸들에게 전하는 자신의 <엔딩노트>로 마무리한다. 

 

 

* 14세기 흑사병 창궐 이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죽음의 춤'이라는 도상에서 의사들은 별 볼일 없이 소변통 하나 들고 죽음에게 끌려가는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그런데 현대의학이 발달하면서 의사는 이제 신의 영역이라 생각했던 죽음을 제압하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정말 경천동지할 변화지요. 이보 살리거라는 오스트리아 화가 역시 '죽음의 춤'에서 유래된 '죽음과 소녀' 도상을 교묘하게 마초적인 시각으로 변형해 죽음을 힘껏 물리치는 의사 상을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죽음을 이길 수 없습니다. 에밀 놀테의 작품 <환자, 의사, 죽음 그리고 악마> 같은 모습으로 바뀌었을 뿐이에요. 이 그림은 오늘날 우리가 겪는 죽으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오랜 옛날부터 근과거까지도 사람들은 집에서 가족과 친지등 가까운 사람들에 둘러싸여 임종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죽어 가는 사람의 곁을 지키는 것은 더이상 가족이 아닌 약병과 의사뿐이지요.   (82쪽)

 

*살인병기로 변해버린 DNR

DNR이란 우리말로 '소생시키지 말라'를 뜻하는 영어 "Do Not Resuscitate"의 약자다. 환자의 심장이 멎거나 흐흡을 하지 않게 되는, 즉 사망하는 겨우 심폐소생술이나 중환자실 치료와 같은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힐 시 법적으로 DNR이 성립된다.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구두로만 밝힌 의사는 법적 효력이 없다. 반드시 서식으로 남겨야 한다.  

 (229쪽)

 

* 드라이빙 미스노마, 91세 할머니의 버킷리스트

 자궁암에 걸린 백발의 91세 할머니가 현대의학 치료를 거부하고 미 대륙 횡단 여행을 떠났다. 여행길에서 새 친구들과 사귀고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완성한 노마 바우어슈미트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병원에 머무르는 대신 길 위에서 여생을 보는 것을 택했다. 

노마 할머니와 아들 내외는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를 알아갔다. 아들 내외는 여행을 즐기는 할머니의 행복한 웃음을 사진으로 남겼고 할머니를 통해 깨달은 인생의 지혜를 기록했다. 2015년 8월 여행을 시작한 할머니는 1년 후 편안하게 숨을 거두었다. 할머니의 별세를 알리는 글에는 "인생은 붙잡고 있는 것과 놓아주는 것의 균형 잡기"라는 시인 루미의 말이 담겼다.  (290쪽) 

 

* 나의 엔딩노트

....

엄마의 버킷리스트를 몇가지 생각해봤어. 기운이 남아 있을 때 속성으로 스페인어를 배운 다음 세비아에가서 낮에는 건달들과 음담패설을 하면 시시덕거리고 밤에는 안달루시아 민요를 고성방가하며 지내보고 싶어. 특히 백제 바둑판을 대마초도 한번 피워보고 싶은데 다 늙어서 감옥에 가면 곤란하겠지...  (아고~ 구여우셔라...이건 내 생각)

 

... 속지 마. 죽음은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야. 물론 의학의 발전이 빠르다는 건 엄마도 알아. 하지만 의료를 모르는 너희가 막연히 생각하는 그런 수준은 결코 아니야. 아주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면 이 엔딩노트를 수정할 수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엄마가 판단할 거야. 너희는 결국 이런 문제를 결정할 사람은 엄마 자신뿐이라는 것만 알고 있으면 돼. 

 사랑하는 딸들아, 엄마의 뜻을 잘 이해하고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죽음이 있기에 삶도 있는 것이고 죽음은 삶과 결국 같은 것이란다.  (337 쪽)

 

 

 

 

 

 

 

어디서 시작한 오류인지... 웃기는 페이지들 ㅠㅠ 희귀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