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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감 설(說) / 조후미

칠부능선 2021. 11. 12. 15:40

땡감 설()

조후미

 

  사내가 계집을 찾는 것은 세상 이치요 음양의 조화라.
  
사내와 계집 사이만큼 끈적이는 것이 하늘 아래 또 있을런가. 알고 보면 그도 그럴 것이. 그네들은 태생이 자궁이니 찐득찐득 끈적거리는 것이 당연지사 명약관화로다.

  허나, 화접(花蝶)이 꿈을 꾸되 동상이몽이렷다.
  
계집은 마음이 동하는 사랑을 원하고 사내는 몸으로 사랑을 구하니, 계집을 찾는 사내의 욕심은 앞뒤 잴 것도 없이 아랫입이구나. 비극도 이런 비극이 따로 없다. 나온 곳이 같고 먹고 자란 것이 같으나 생각은 다르니 도무지 이해는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더란 말이냐.

  계집 마음을 얻으려고 해구신에 비아그라 좋다는 약 모다 먹고 쇠구슬에 해바라기로 꽃 장식을 했것다. 허나 야동이란 야동 다 섭렵해도 알 수 없는 것이 계집의 마음이라. 보들보들 토끼털인줄 알고 덤볐더니 앙칼진 고양이 발톱이로다. 크기와 두께에 집착하는 것은 계집이 아니라 사내들이라 하니 종선여등(從善如登), 착한 일 하기 거 참 힘들다.

  교합의 성패가 물건 때문이라고 믿는 사내들, 계집을 힘으로 다스리려는 완력 좋은 사내들의 합의 없는 행위가 땡감을 먹는 것과 다를 바 무엇인가. 익지도 않은 감을 억지로 따먹으면 떫고 쓰고 배 아프니 이것이 어찌 사내가 할 짓이란 말인가. 그렇다고 감이 저절로 익기를 기다리자면 혈기왕성한 사내는 계룡산으로 들어가 도인이 되어야 할 터.

  계집의 마음을 알 길 없어 답답하고 복장 터지는 사내들에게 속 시원히 해답을 주는 이 없으니 참으로 가련한 일이라. 하여 내 오늘 일설을 풀려고 하는데 들을 준비 된 사내는 몇이나 되는고.

  이것은 은근히 땡감을 단감으로 바꾸는 비방이렷다.
  
땡감 우리기엔 인내심이 필요하고 기다림은 고진감래라. 된장 항아리에 땡감을 넣으면 된장 맛이 배어 구수해 지고 소금물 항아리에 넣은 땡감은 씹히는 맛이 일품이로다. 이 땡감 항아리를 군불지핀 아랫목에 이불 씌워 우리면 땡감은 알아서 떫은맛을 버리니 이 보다 쉬운 일이 어디 있으랴.

  땡감을 단감으로 바꾸는 제일법칙은 시각이라.
  
계집의 눈 속엔 삼라만상이 고여 있으니 이제껏 한 번도 지 계집 눈 속에서 제 얼굴 본 적 없는 사내라면 반성해야 할 것이로되, 감이든 호박이든 뭐든지 뚫을 기세로 닳아 올랐으니 어느 세월에 계집 눈을 들여다보느냐고 욱하지 말고, 황금에 눈이 어두워 거위의 배를 가르지도 말며, 격정에 사로잡혀 배를 침몰시키지도 말고, 오직 올망網 같은 계집의 눈 속에 빠져 보는 것이 상책이라. 계집의 눈에 비친 제 모습이 다정해 보인다면 필경은 계집이 그런 마음으로 사네를 보고 있음이니 그 사내 참말 자상하다 칭찬받아 마땅하다.

  여기까지 하고서 인자 다 되었다고 한 입 덥석 베어 물면 이때 먹는 감은 땡감과 단감의 중간 맛이라. 단맛은 떫은맛에 묻힐 것이니 일찍 서두름은 아니 먹음만 못하구나.

  사내는 시각에 약하고 계집은 청각에 예민하다 하지 않던가.
  
계집의 귓전에 들려주는 여름밤 같은 사내의 숨소리를 어찌 미약하다 할 것인가. 네가 세상천지 제일가는 미인이라 속삭이는데 어느 계집이 웃기지 말라고 콧방귀를 뀌겠는가. 속삭임은 우주의 소리가 되고 둘만의 언어는 은밀하게 혈관을 타고 흘러 달빛보다 부드러운 밀어가 될 것이라. 잠자리에서 쓰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저급해도 괜찮으니. 시작이 쑥스러울 뿐 익숙해지는 날엔 얌전한 암고양이가 교태를 부리고 북풍한설은 춘풍으로 변할 것이라. 아득한 격정으로 치닫는 계집의 얼굴이 고혹적이구나.

  시각과 청각에 만족을 얻은 다음 단계는 촉각이라.
  
어루만짐은 이쪽의 오감이 충족되어야 저쪽의 감각도 확장시킬 수 있느니. 섣부른 손길은 소름만 돋울 뿐, 만족과 불만족은 한끝 차이로다. 사내의 다정한 마음 앞에 봄 눈 녹듯 약해지는 것이 계집의 정이라. 진심과 정성을 담아 어루만지면 수세미처럼 거친 사내의 손이라도 보드라운 깃털처럼 느껴질 것이로되. 목덜미에서 등허리까지 사내의 손길 미치는 곳마다 파르르 솜털이 일어서니, 계집의 전율하는 그 모양이 어떠한고. 천년만년 열릴 것 같지 않던 문이 빗장을 푸는 구나.

  하나 더하기 하나가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은 인생사 가장 오묘한 비밀이라. 하룻밤 사이에 땡감이 단감이 되는 이 비밀이 크도다. 몸과 마음이 통한다면 안드로메다가 지척인데 홍콩이 대수일까.
  
방사는 둘만의 축제임이 틀림없은즉, 사내들아 이래도 땡감을 먹을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