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타인의 고통 / 수전 손택

칠부능선 2021. 8. 18. 20:21

미국 최고의 에세이 작가이자 소설가, 예술평론가 - 수전 손택

첫 장을 넘기니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개입할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가?" 큰 글씨와 함께 고통스러운 사진들이 펼쳐있다. 심하게 손상된 육체가 담긴 사진들, 전쟁의 기아와 폭력의 적나라한 사진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연민으로 시작하는 감정이 굳어져 행동이 되지 않는, 감정의 굳음을 경계한다.

처음, 담배곽에 담긴 끔찍한 사진을 보며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으려고 할 가능성이 60배가 높아진다. 그러나 5년이 지나면, 그 이미지가 건네주는 공포에 익숙해졌다.  

 

잠이 안 오는 밤이다. 초저녁에 읽기 시작해서 날이 훤히 밝아온다.

책을 덮으려고 몇 번 시도했지만 잠이 오지 않아 다시 불을 켜고, 오지 않는 잠을 포기했다. 

수전 손택의 날카로운 사유와 분명한 음성이 쟁쟁 울린다. 

머리를 쿵, 치는 부록 <문학의 자유다>에 오래 머물다. 자주자주 일깨워야겠다. 

 

 

* 울프가 『3기니』에서 언급한 사진들에 담긴 전쟁의 공포는 그때까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듯싶다. 우리의 상황은 완전히 정반대다. 카메라를 매개로 전쟁을 알게 되는 오늘날의 상항에는 (고통과 폐허를 담은) 지독히 친숙하고, 지독히 유명한 이미지를 피해갈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46쪽)

 

* 『전쟁의 참화』가 보여주는 병적인 잔인함은 보는 사람을 자각시키고 분노하게 만들며, 감정에 상처를 입힌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예술처럼, 고야의 예술도 도덕적 감정과 슬픔을 둘러싼 역사의 분기점인 듯하다. 그 깊이를 알 수 없고, 독창적이며, 보는 사람들에게 큰 노력을 요구한다. (71쪽)

 

* 실제로, 갈가리 찢긴 육체가 매혹적이라는 것을 (내가 아는 한) 최초로 인정한 언급은 정신적 갈등을 그린 최초의 묘사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가론』 제4권의 한 구절이 바로 그것이다. 플라톤은 이 구절에서 부끄럽기 그지없는 욕망이 이성을 압도하게 되는 경위, 그래서 자아가 자신의 본성 가운데 하나인 욕망에 화를 낼 수밖에 없는 경위를 소크라테스가 어떻게 설명했는지 보여준다. (145쪽)

 

*우리는 전쟁이 얼마나 끔찍하며,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그런 상활이 당연한 것처럼 되어버리는지 상상조차 알 수 없다. 이해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다. 전쟁이 벌어지던 바로 그때에 포화 속에 갇혔으니 운 좋게도 주변 사람들을 쓰러뜨린 죽음에서 벗어난 모든 군인들, 모든 언론인들, 모든 부역 노동자들, 독자적인 모든 관찰자들이 절절히 공감하는 바가 바로 이 점이다. 그리고 그들이 옳다.  (184 쪽)

 

* 문학의 임무 중 하나는 문제를 명확히 제기하고, 널리 만연된 경건함을 반박하는 겁니다. 그리고 뭔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때조차도 예술은 자연스럽게 반대쪽으로 나아갑니다. 문학은 대화이자 응답입니다. 문화가 발달하고 각 문화가 상호 작용함에 따라서 살아가고 있는 것과 죽어가고 있는 것과 죽어 가는 것을 향해 인간이 보여준 반응의 역사가 곧 문학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207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