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에서

반갑다, 은수야 - 삼척 2박

칠부능선 2020. 6. 30. 00:35

세계를 달리고 온 마을버스, 은수를 만나는 아침, 봉화산 역 9시 30분 집결이다.

나는 근처 회원 집에 주차하고... 정문에서 짐이 많은 1인과 은수에 올랐다. 책으로 먼저 만나서 구면같은 임택 대장, 

버스는 기사석까지 10명이다. 

 

"운전병 임택, 조수겸재미장 김병목, 정규직 차장 곽숙경, 웃음충전소장 정경석 까르미나님, 힘 잘쓰는 돌쇠 이인태, 빵장 최순각, 원주 민족장 하태성 나머지 여성분들에게는 직책이 전혀 없는 남성 우월주의적 여행모임입니다. 여성들은 다음과 같은 수칙을 잘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여성이 지켜야 할 여행수칙/ 손끝하나 햇볕에 노출하지 않기. 지난 조에서 설겆이 하려고 나서다가 퇴출 당하신분 있음."

- 임택

 

단체 카톡 준비과정에서 받은 주의사항이다. 

나는 몸에 밴 무수리 정신을 단단히 눌러야 한다는 말이다. 기대된다. 

 

 

은수의 안팎에 지나간 사람들의 흔적이 남겨있다.

아는 언어와 모르는 언어 사이의 간격은 없다. 읽을 수는 없어도 뜻이 집혀지는 느낌이다. 

 

 

 

원주 치악산 국립공원 입구에 있는 카페 <다시, 오다> 

이곳의 쥔장도 회원이며 여행이 맺어준 인연으로 부부가 되었다고 한다. 이층에 특별한 공간이 있다.

친구들과 며칠 머물고 싶은...

 

 

첫 기념촬영, 웃음 시작이다.   " jump! new life"

 

이번 여행의 호스트는 하태성 시인(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장)이다.

이 건물은 오래 전 (92년?) 수녀원이었는데 .... 폐쇄되었고, 방치된 건물이다. 이것을 구입해서 미술관으로 리모델링 하고 있는 상태다. 1층은 시멘트 바닥에 자재들이 널려있고, 2층은 마루바닥이라 그곳에 탠트를 치고 먹고, 놀고 잤다.

화장실은 1층에 하나 있고, 샤워장은 물론 세면대로 없다. 전기, 수도가 나오는 게 다행이다. 

새로운 경험이다. 

 

 

점심을 가볍게 먹고, 달려와 저녁은 꿀맛이었다. 이곳에 머물며 같은 식당을 두 번 갔으니. 

 

 

                                           쥔장은 문어3kg와 골뱅이 3kg을 준비하고 있다. 

 

부인은 서민정 소프라노다. 우리는 귀호사를 했다.

저녁을 먹으러 간 식당은 할머니들이 하는 곳이라고 서민정씨가 써빙을 다 한다. 식당관계자처럼...   바로 남다른 포스를 느끼다. 

와인과 함께 이야기 잔치를 벌이다 12시 되어 잠자리에 들다. 수수백년만에 텐트에서 잘 잠. 이 놀라운 적응력! 

 

 

 

아침에 일찍 눈을 뜬 사람들만 삼척번개시장에 나왔다. 

 

 

장을 보고 모닝커피, 모닝 자두.

 

숙소 근처에 야생 살구 채취,

 

장을 보고 오니, 총대장님이 음악으로 반긴다. 

산티아고를 두 번 다녀오고, 책을 세 권 낸 분으로 해줄 말씀이 많다. 나랑 갑장이라고. 

 

쥔장이 쏜, 제철이라는 민어회와 강릉 교동빵집의 최선생님이 협찬한 빵과 커피로 아침, 

어제부터 먹은 교동빵은 특별히 맛나고 속이 편하다. 

 

요상한 포스로 사진을 찍은 이헌준씨는 도보유럽횡단 5,500km 다녀온 지구별 여행자다. 짝짝이 신발과 옷도 특이하고 저 긴 머리로 인해 동네 사람이 '할매'라고 부른다. 

조용히 배려하며 뒷설거지를 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총각이다. 유일하게 말이 없는...

 

 

                                  은수의 운전석에 앉아보다. 나도 1종 보통면허니까 달려 봐?

 

15살이 된 은수의 늙은 몸은 상처투성이다. 그래도 속은 탄탄하다고 한다.

60km로 제한된 마을버스의 시스템을 바꿔서 아우토반을 달렸다. 그 이전에 아우토반에서 세 번 멈춰서기도 했다지만 속을 바꾸고... 골골백년이 생각난다. 아픈 것을 고치고 바꾸고 하면서 속이 더 젊어지는 것이다.

 

은수의 종착지는 서울시에 기증하여 박물관으로 갈것이라고 한다.

언제가 될지 그 전에 북한을 관통하는 것이 목표다. 

 

                                                   

                                             내가 앉은 차장 뒷자리 바닥에 동그란 구멍이 뚫려있다.

 

 

 

                                                단체 인증샷을 찍는 시간도 웃음 폭발이다

 

 

 

 

 

 

묵호등대는 처음이다. 

통영벽화마을과 산토리니 가파른 언덕길이 떠오른다.

생선을 팔아 생활하던,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마을을 이렇게 꾸며놓았다. 

 

 

     호스트의 시를 만나고                                           

 

 

 

 

 

 

 

 

 

 

 

 

 어디서든 뛰어보고 싶은... 

 

 

 맹방해수욕장은 놀거리가 다양하다. 바다 안쪽에 안전하게 아이들 노는 곳도 있고, 낚시하는 곳도 있고,

 청솔 숲도 있다. 

 

 

 힘차게 날았던 시간의 잔재

                                                                                                 

                                                                                                      저 주검을 보고도 날고 싶었나

 

 

 

 "이번에 계획이 없는 여행이 얼마나 멋진 추억과 글을 남기는지 확인해 봅시다. 떠나기 전에 계획이 앞서면 현지에서 많은 것들을 놓치게됩니다. 저는 재작년 kbs뉴스타임에 4번을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한 여행방법중에 '점의 여행이 아닌 선의 여행을 떠납시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점의 여행이란 우리가 늘 하는 그런 방식입니다. 어디를 가서 무얼보고 무얼먹는다 이런 계획이 있는 여행입니다. 그러나 선의 여행은 목적지를 가면서 즐기는 과정의 여행입니다. 우리가 목적지와 스케쥴을 정해 놓으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멋진 의외의 여행에 동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획없는 여행을 통해 과정의 여행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우러 갔지만 결국 다른 것으로 채울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돌아오는 여행입니다. 우리는 비가 와도 홍수가 나도 갑니다. 왜냐면 홍수가 나고 비가 내리면 어느 시골 처마에서 옥수수 삶아 먹으면서 있다 오면 됩니다. 우리는 비우러 가는 여행이니까요."  - 임택

 

이것도 사전에 받은 단톡문자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남미'라고 한다. 

모래폭풍을 만난 은수의 모습을 보며 책에 쓰지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두 번째는 강릉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현숙 수필가다. 이야기 하다보니 지인의 지인이다. 

가족여행으로 남미를 다녀왔는데, 이번에 기금을 타서 <늦어도 괜찮아, 남미니까>라는 청소년 대상 책을 냈다.

조만간,  인도 여행기도 나온다고 한다.

표지그림도 직접 그린, '성실함'이 전해지는 재주꾼이다. 

 

 

 

강연이 끝나고

하태성 시인이 말아준 맥맥 (호가든 +기네스), 한쪽에서는 53도 고량주도 마시고, 1시까지 대화. 이야기하다 보니 이인휘 소설가와 형 아우 한단다. 노동문학운동의 2세대 인듯. 

몇 다리만 건너면 모두 아는 사람이다. 지인의 지인은 그것만으로도 뭔가 더 아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다음날 아침, 돌쇠를 자처한 산인  이인태 님, 싱크대도 없는 곳에서 근사한 아침을 만들어줬다.

북어, 막장넣은 순두부탕.  

이 분도 알프스, 몽블랑을 누비고, 우리나라 섬을 모두 섭렵했다는 여행전문가다. 자녀가 5명이란다. 애국자다.

 

 

 

만항재는 해발 1330m, 우리나라에서 차로 갈 수 있는 최고 높은 곳이다. 

 

 

 

                                                      <하마 1> 혼자 웃기 아까운 사진

 

           

       

               이런 자세로 찍은 사진이다.  우찌 이리 개구진지 ㅋㅋ

 

 

2박 3일, 꽉차게 잘 놀았다. 

배려와 봉사심 많은 사람들 덕분이다. 새롭고 유쾌한 경험에 감사드린다. 

 

 

 

 

            은수야, 미안해 ~ 기특, 혹은 주책인 이런 짓까지 했다.  정자 난간을 사다리 삼아 은수 지붕에 오르다

                     

                 차장 데이지님 작품

 

 

  조수 김병묵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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