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분서> 이지

칠부능선 2018. 9. 6. 09:11

 

 

 

 


 

  <분서1>

 

이탁오가 지인들에게 보낸 서답1, 서답 2와 잡술3 으로 구성되었다.

 

양친은 돌아가셨고 아우와 여동생 일곱 명은 제각기 혼인하여 저마다 먹고 사는 일이 힘들지 않고 

각자 아이를 낳아 잘 살고 있으나 본인은 연달아 사남삼녀를 생산했지만 오직 딸 하나만 살아남았다.

일찍 관직에서 물러나 절에 들어가 수양도 하고, 벗을 찾아 다닌다.

 

 명대 말기는 유불도의 경계가 허물어져 삼교 사이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이지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불교와 도교의 종지가 유교와 동일하다는 섬교귀유를 주장했다.

 

 

*"세간의 속담에도 배울 만한 점이 있더구나.

가난한 자가 천하게 살기는 쉬워도, 부유한 자가 고귀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노동의 괴로움에 편안하기는 쉽지만,

한가하고 흐트러진 퍼지에서 편안하기는 어려우니라. 아픔을 참기는 쉬우나 가려움을 참기는 어렵다."

 

"좋은 일이 있으면 맘껏 기뻐하고, 슬픈 일을 당하면 그때는 또 한껏 슬퍼하라."

 

*바르지도 않고 재주도 없는 아들이나 아우는 그저 보살펴야 할 뿐 내쳐서는 안됩니다. 그 뜻에 따라야할 뿐 거슬려서도 안 되지요.

거스르면 서로 반목하게 되고, 뜻에 순종하면 서로 화목해집니다. 이는 천고 이래 변치 않는 지극한 이치일 것입니다. --"

 

*친구라지만 사배四拜하고 수업을 받을 수 없다면 그런 자와는 절대로 친구하면 안 되고,

스승이라지만 마음속의 비밀을 털어놓으 수 없다면 그를 또 스승으로 섬겨서도 안 됩니다. ---

스승이 될 수 없다면 친구도 될 수 없는 것입니다.

 

 

 

 

   

   <분서Ⅱ>

 

  권4 잡술 권5독사 권6 시가, 증보 1,2 로 이루어졌다. 뒷쪽 원서는 역시 까막눈이니 패스하고 453쪽까지만 읽었다.

 앞 쪽에 두 어른의 초상이 있다.

 주희,  이학의 집대성자로 명대에 이르러 그의 철학은 자유로운 사고를 옥죄는 교조주의로 변절되어 이지의 호된 비판대상이 되었다.

 나란히 있는 도연명,  명리를 버리고 전원에 은거하는 삶을 노래한 도연명. 이 정도 되어야 은둔을 말할 수 있다고 이지가 칭송한다.

 내가 알지 못했던 수많은 문장에 이탁오의 해설이 더해진다. 

 

 <골동품 앞에 앉은 미인>이란 제목의 컬러판 풍속도가 있다.

전형적인 사대부 집안의 여인으로 단아하면서도 화려한 치장이 돋보인다.

이들 대부분은 봉건적인 가부장제도 아래서 자신의 뜻을 펴지 못한 채 굴종의 삶을 살아야 했다.

그러나 이지는 그런 한계를 뛰어넘는 여성들을 찬양했으며, 그 가운데 몇몇은 제자로 받아들여 그들과 더불어

도를 논하기도 했다.

 

  엄마한테 듣던 삼천년을 살았다는 '동방삭'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화술이 뛰어나고 언변이 유창하단다, 동방삭이 살았던 시절, 조야를 불문하고

그를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무제만이 동방삭을 인정했다고 한다.

여기서도 비평과 비난과 뒷담화가 난무한다.

 

 

 

 

 

 

 

 <속 분서>


  이탁오 선생 유언

  봄이 되면서 병치레가 잦아지니 조만간 이 세상을 하직할 듯하다. 세상을 떠나고 나면 나의 이 유언이 

  가까웠던 친구의 손에 떨어지길 바란다. 이는 가장 어려운 일이고 내가 가장 바라는 일이기도 하니, 너희들이 유념해두지 

  않으면 아니 되겠다. 

  어느 날이고 죽음이 찾아오면 서둘러 성밖의 높직한 언덕을 골라 남향으로 구덩이를 하나 파거라. 깊이는 한 길, 너비는 

  다섯 자이고 깊이가 여섯 자에 이르는 멈추도록 하여라. ---

  아직 땅속으로 들어가지 않았을 때는 내 체백을 잠시 널 위에 놓아두거라. 입던 옷을 그대로 모셔둬야지 새옷 따위로

  갈아입혀 내 체백을 불안하게 만들면 아니 되느니, 다만 얼굴에는 가리게 한 장을 씌우고 머리는 늘 하던 대로 베개를 받치거라.

  ---- 

   (빌려온 널은 제자리에 갖다 주라는 구절까지, 세세하다)

 

   탁오의 유언을 들은 도자가 말했다.

  "탁오어른은 삼월에 감옥에 갇히는 고난을 겪더니 결국에 가선 전무사에서 숨을 거뒀다. 상소문은 올라갔지만 교지가 

  내려오지 않아 사건을 맡았던 당국자는 구덩이를 파고 그를 매장하였다. 

  깊이와 깊이, 너비의 폭 및 삿자리, 시체를 묶고 덮는 방식 등이 뜻밖에도 그의 말 그대로 실현되었다. 이니 그렇게 될 줄

  미리 헤아렸음이니, 누가 탁오어른에게 선견지명이 없다 말할 것이가!"

  삼가 그 말을 기록함으로써 그 뜻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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