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건모 편집자,
반듯하며 겸손한 언행이 믿음직스러웠다. 그가 찍은 사진은 오래 전 내 글을 풍성하게 해주었다.
만나지 않아도 왠지 든든한, 그에게 반가운 소식이 왔다.
남의 책을 만들던 그가 그의 사진과 글을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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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이미지 사이에서 존재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이따금 바람을 음표 삼아 작곡을 하고 영상을 찍는다. ---
무심한 일상에 반격하고 싶어 사진을 줍고, 낯모르는 당신의 곁을 자주 기웃거린다."
- 헤르츠티어 강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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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진의 분위기와 깊이가 범상치 않음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그의 글이
가슴을 찌르르하게 하는 데 놀랐다.
가슴에 많은 슬픔과 상처를 꾹꾹 눌러넣고 맑은 표정을 짓는 순한 아이의 얼굴이 겹쳐진다.
'투명한 울음'
그는 울지 못하는 병에 걸렸다.
어느 날 한번 울어보고 싶었다
마트에서 양파을 사 왔다.
바닥에 신문지를 깔았다.
앉아서 껍질을 갔다.
양파 하나를 반쯤 깠을 때
슬며시 눈에 문질러보았다.
그러게 몇 번 갖다 대자
뭔가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날 밤 오랫동안 숨어 있던
그의 눈물길이 드러났다.
눈물은 울음의 마중물이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흐트낌을 불러내는 데
성공하자 겉잡을 수 없었다.
울었다는 기쁨에 겨워 그는 더욱 세차게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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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남자는 아름답다. 그는 어느새 늠름한 남자가 되었다.
실컷 울어본 사람은 안다. 얼마나 후련하고 맑아지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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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일생'
중산간 흐릿한 저녁
바람이 내 손가락 사이로 지나갔다
아뿔사! 그의 일생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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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찍겠다고 중산간에서 생을 마친 한 남자를 떠올리며 나는 가슴이 철렁, 했다.
여백 사이로 사진의 배면을 기웃거리며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가슴을 열어 거풍을 한다.
이리도 겸손한, 진심이 전해지는,
이런 데 시선이 머무는 걸 헤아리니 웃음 뒤끝에 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