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내 일상의 봉창, 내 삶의 눈꼽재기창이다.
이 작은 붙박이창에 기대어 세상의 햇살 한 줌, 바람 한 모숨을 훔친다.
대관소찰大觀小察 아닌 대竹관管 소찰이다. 아닌 차라리 소관소찰小管小察이겠다.
소관대찰小觀大察을 꿈꾸었으나 어림없는 일이다.
-책 머리말 중에서
낮고 깊게 사부작 사부작 <꿈꾸는 보라>
보라색은 아리송한 색이다.
과꽃의 천진함과 구절호의 애련함,
아이리스의 화사함과 도라지꽃의 외로움이
절묘하게 뒤섞인, 불분명한 정체성이
정체성인 색이다. 지적인가 하면 충동적이고,
그윽한가 싶으면 관능적이어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모순을 껴안고 냉정과 열정 사이를 서성거리는 여자,
누구와도 화틴하나 누구와도 진정 동화되기 어려운,
수수께끼 같은 복합성향의 여자
그 여자의 난해한 눈빛 같은 색이다.
- 본문 중에서
나는 20대에 보라색 옷을 잘 입어서 내가 보라색을 좋아하는 줄 았았다.
그런데 저 글을 읽고 보니 내 색이 보라는 아니라고 느껴진다. 나도 내게 어울리는 색을 찾아봐야겠다.
입가에 미소를 절로 끌어내는 외손녀 '유원이'에 대한 절절한 사랑이 전해온다.
저런 애틋함이 없진않았는데... 태경이 시경이 그 말랑말랑한 시절을 그려놓은 글이 없다. 난 정말 날라리 할머니 맞다.
겉은 소박하나 속은 알찬 것이, 수줍은 듯 드러내지 않는 작가의 모습과 딱 닮았다.
가슴아프거나 쓰라린 것이 없어서 편안하다. 질펀하거나 끈적임 없는 상쾌함, 몽환으로 끌고가는 그리움도 있다.
그리움, 외로움마저 뒷맛이 달큰하다. 빈틈없이 탄탄한 문장들이 각을 맞추고 방긋, 웃는다.
든든하고 기분좋은 수필집이다. 양질의 영양식을 먹은 기분이다. 분명 내 뼈와 살 골골에 스몄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