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에서

광주, 담양 2박

칠부능선 2017. 4. 9. 21:39

 

  제주에서 근무하면서 가까이 지내던 세 부부가 광주에서 뭉쳤다.

  제주에 자리를 잡은 소장님은 뱅기를 타고 공항에서 렌트를 해서 고속버스터미널로 와서 우리를 픽업해주었다.

  성당에서 함께 활동하던 엘라씨가 10여년 전에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 청천벽력, 의료사고라고 생각된다.

  그때 나는 하느님이 있는가,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많은 회의를 했다.

 

  엘라씨가 건강할때 한 번, 그때는 시어머니가 생전이었는데 우리 온다고 아파트 입구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그때 남편이 엄청 취해서 그 집 안방에서 잤던 황송한 기억이 있다.

  아프고 나서는 병원생활을 할 때 오고 이번이 함께 두번째다.

  집에서 휠체어 생활이 익숙해지고 밝아진 모습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소문난 술꾼인 남편을 살리기 위해서 자신을 이리 만들어 놓지 않았나 하고 생각한다. 이제 남편이 곁에서 봉사모드로 바뀌었다.

  세 집 남편이 모두 술꾼으로 남자들끼리도 잘 통했다.

  엘라씨네가 예약해 놓은 단골 식당에서 휠체어를 탄 채로 식사를 했다.

  <광주밥집>은 이름에 비해 엄청 거한 음식이 끝없이 나온다. 요즘 음식 고문이 잦다.

  거금의 식사값을 식사 중에 남편이 계산하고 온다. 내 마음도 편하다. 그동안 받은 게 많은 분들이다.

  엘라씨가 집에서 들려준 과일과 이온수를 가지고 와서 예약해 둔 '베니키아 예술의전당 호텔'에서 잤다. 예술이 난무해서 정신머리 없는 숙소다.

  아침 포함이지만 남자들만 식사하고 형님과 나는 과일만 먹었다.

 

 

 

무등산 입구에서 잠시 어정거리고

 

 

 

 

 

 

음식을 찍을 분위기가 아니라서

 

 

 

 

 

 

 

 다음 날, 새만금 방조제를 지나 변산에서 백합죽을 먹고 담양으로 향했다.

 

 

 

 

 

 

 

 

 

 

 

 

 

 

 

 

 

 

 

 

 

 

 

담양 숙소에서 추천한 정육점을 함께 하는 식당이다.

쫄깃한 맛, 부드러운 맛, 고소한 맛의 한우를 남길 때까지 먹었다. 소주 두 병과 맥주 두 병, 폭식.

형님이 냈는데 횡성에 비하면 가격도 만족이다.

음식 사진은 또 못 찍고... 이 식당은 다음에 다시 가도 좋을 듯,

 

 

 

다음 날, 아침 과일로 요기를 하고

오밀조밀한 메타 프로방스, 철 아닌 메타세콰이어길을 바라만 보고

 

 

 

 

 

 

                                                                   

 

 

 

 

담양호의 용마루길을 걸었다. 산책로를 과하지 않게 잘 꾸며놓았다. 

대통밥을 먹으려고 식당을 검색했는데 찾아가보니 떡갈비 전문이란다. 어제  한우 과식을 한지라.. 패스.

 콩나물 국밥, 소머리 국밥으로 아점을 먹고 광주터미널에 와서 차를 마시고 헤어졌다.

소장님이 내내 운전 하고 형님은 그동안 쌓인 이야기를 계속 하고...

 

하나님, 나를 왜 이리 사랑하시나요. 아침 기도때 이런 생각이 들면 눈물이 난다는 형님,

형님은 십일조도 하고, 어려운 사람에게 후원도 잘하고, 교회 강당 청소도 하고, 정신적 물질적으로 봉사하는 삶이다.

 친절과 배려를 역공하는 이들 때문에 회의도 있지만... 말씀에 가깝게 강직하게 산다.

 

하느님, 하고 부르는 나도 가끔은 내 행실 보다 후하게 이뻐해주시는구나하는 생각을 하지만 나는 눈물날 지경은 아니다.

성당에도 날라리인 나는 내가 내 행실을 알기에 바라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저 주시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황송한 2박 3일이 후딱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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