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멸치 / 김태정

칠부능선 2015. 9. 10. 12:54

멸치

김태정(1963~2011)

 

 

네 뼈로 내 뼈를 세우리

네 살로 내 살을 보태리

네 몸을 이루는 바다로

삶의 부력을 완성하리

은빛 비늘의 눈부심으로

무디어진 내 눈물을 벼리리

어느날 문득 육지를 보아버린

네 그리움으로

메마른 서정을 적시리

 

그리하여 어느 궁핍한 저녁

한소끔 들끓어오르는 국냄비

생의 한때 격정이 지나

꽃잎처럼 여려지는 그 살과 뼈는

고즈넉한 비린내로 한 세상 가득하여,

 

두 손 모아 네 몸엣것 받으리

뼈라고 할 것도 없는 그 뼈와

살이라고 할 것도 없는 그 살과

차마 내지르지 못하여

삼켜버린 비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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