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김태정(1963~2011)
네 뼈로 내 뼈를 세우리
네 살로 내 살을 보태리
네 몸을 이루는 바다로
삶의 부력을 완성하리
은빛 비늘의 눈부심으로
무디어진 내 눈물을 벼리리
어느날 문득 육지를 보아버린
네 그리움으로
메마른 서정을 적시리
그리하여 어느 궁핍한 저녁
한소끔 들끓어오르는 국냄비
생의 한때 격정이 지나
꽃잎처럼 여려지는 그 살과 뼈는
고즈넉한 비린내로 한 세상 가득하여,
두 손 모아 네 몸엣것 받으리
뼈라고 할 것도 없는 그 뼈와
살이라고 할 것도 없는 그 살과
차마 내지르지 못하여
삼켜버린 비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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