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빈집 / 김사인

칠부능선 2015. 9. 4. 21:06

빈집

김사인

 

 

문 앞에서 그대를 부르네.

떨리는 목소리로 그대 이름 부르네

나 혼자의 귀에는 너무 큰 소리

대답은 없지 물론.

닫힌 문을 걷어차네.

대답없자 비로소 큰 소리로 욕하네

개년이라고.

 

빈집일 때만 나는 마음껏 오지.

차가운 문에 기대앉아 느끼지.

계단을 오르는 그대 발소리

열쇠를 찾는 그대 손가락

손잡이를 비트는 손등의 흉터

문 안으로 빨려드는 그대의 몸, 잠시 부푸는 별꽃무늬 플레어스커트

부드러운 종아리

닫힌 문틈으로 희미한 소리들 새어나오지.

 

남아 떠도는 냄새를 긴 혀로 햝네.

그대 더딘 계단을 어루만지네.

그대 뒷굽에 눌린 듯 손끝이 아프지만

견딜 수 있지 이 몸무게 그리고 둥근 엉덩이

손이 떨리네 빈집 앞에서.

 

 

 

 

그대는 있어도 좋고 없으면 더 좋고,

언제든 어정거릴 수 있는 빈집 하나 있음 좋겠다. 저런 숲 속이면 더 좋고..

 

'시 - 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태정 / 김사인  (0) 2015.09.10
에이 시브럴 / 김사인  (0) 2015.09.04
좌탈 / 김사인  (0) 2015.09.04
노독 / 이문재  (0) 2015.05.19
내 몸에 바다를 들이고 / 최광임  (0) 2015.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