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에서

통영

칠부능선 2013. 7. 24. 17:19

 

  2년에 한번 있는 정모다.

 재작년 제주 모임, 4년전 통도사 템플스테이가 이 모임이었다.

 그런데 세째 오빠 생일과 아들, 사위 생일 모임이 2박 3일 안에 들어있었다. 몸도 시원찮다. 아침마다 눈이 보이지 않게 팅팅 붓는다.

 한번 한 약속은 지키는 것이 내 원칙이다.

 무리하게 떠난 통영행이었다.

 야탑에서 4시간 걸려 통영시외버스 터미널에 내리는 순간, 나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기로 했다.

  불안한 내 몸도, 찜찜한 마음도...

 

 

 

바다가 바로 내려다 보이는 하늘채 팬션, 이름값을 하느라 한적하고 편안하다.

길거리 같지만 팬션 마당이다. 바비큐로 저녁을 하고... 모기가 헌혈을 하라고 강요하는 바람에 2차는 방으로 들어갔다.

 

 

 

   

 

                                                                                                             출발 전에 팬션 앞에서

 

 

 

 

 

자고 나서 첫 날 아침, 동피랑을 갔다.

이곳은 관광지가 아니다. 다시 올 곳은 아니다. 아니 누구에게 가 보라고도 말하면 안된다.

여전히 슬픈 달동네 동피랑,

 

 

 

 

 

 

두보의 글에서 인용한 세병관, 은하수를 길어다가 병기를 씻는다고.

세병관은 공사중이라서 아랫채에서 문화해설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왜 저리 산뜻하게 색을 칠해야 좋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낡은대로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것이 사라져간다.

여기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제주, 대구, 부산 회원들과 합류, 회로 점심을 먹고,

전혁림 미술관에 가다.

 

 

 

 

 

새 만다라

 

 

미술관의 해우소, 이곳이야말로 유럽풍(?)

 

 

 

 

 

 

 

 

땡볕이 무서워 통영구경은 미루고 팬션으로 돌아와 시간을 보냈다.

 한달에 한 번 이상 글을 올리지 않고, 정모 연속 2회 불참이면 퇴출(?)이다.

작두를 휘두르던 쥔장은 명퇴를 앞두고 앞으로의 자유에 설레어 보인다.

작두날이 무디어졌어도, 빛나는 눈빛이 편안해졌다.

자주 보지 않아도

글만으로 소통하는 모임이 13년 째 이어지고 있다.

천사들이 많은 이곳에서 내가 나서지 않아도 되니 참 좋다.

구석에 가만 찌그러져 있으며 경청하다가 웃기만 하면 된다.

 

부다페스트, 제주, 부산, 서울, 대구, 포항, 진주에서 모인 14명, 그야말로 글로벌 모임이다.

2년 후 정모는 부다페스트에서.

헝가리에 있는 회원이 주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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